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불편해요
교회에 가면 특이한 가족이 있어요.
초등학생 2명과 유치원생 1명이 있는
3형제집인데요, 그 집은 엄마가 큰소리도 가끔 지르고, 특히나 아이들 등짝도 때려요.
심지어 때리면서 "이 새끼 너 오늘 죽었어!"라는 말까지 해요. 그런데, 너무 이상한 것은, 그 집 아이들은 엄청 밝고, 수시로 엄마에게 와서 뽀뽀도 하고, 잘 안기고 그래요.
형제간에 우애도 남달라요. 왜 그럴까요?
6개월 정도 부모교육의 두 가지 과정을 함께한 수강생의 질문이다. 그녀는 대화법 시간에 이런 사례를 들며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인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이때까지 단 한 번도 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키웠는데, 요즘 혼란스러워요. 아들은 점점 고집이 세져서 제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아요. 레고조립을 좋아하다 보니 이제는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수입해야지만 사줄 수 있는 그런 것 들만 원해요. 안 사주면 난리가 나요. 그럴 때마다 대화법대로 공감하고 안 되는 이유를 말하지만 통하지 않아요. 저희 집은 왜 그렇죠?"
부모의 양육태도와 대화방법을 점검해야 했다.
그녀는 조각가다.
부유한 집의 막내딸, 그러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친정아버지의 난폭함, 큰소리와 폭행. 그것이 너무 싫어서 '나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면 정말 나긋나긋하게 우아하게 살아야지. 자식에겐 절대 소리치지 않을 거야!'라는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친절한 엄마로서 잘 살아왔는데, 요즘은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무엇이 잘못됐을까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라며 고민을 토로한다.
아버지의 큰소리가 싫어서 그렇게는 살지 않으리라 회피만 한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도 살다 보니 자녀에게 화가 나고, 안된다고 큰소리치고 싶을 때가 생길 것이다.
그럴 때 적절한 대화법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데, '화내고 소리치는 건 무조건 나쁘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그 어떤 경우에도, 침착하고 평온한 얼굴로, 때론 웃으면서, 안된다고 얘기한다. 자신의 감정은 무조건 꾹 눌러버린 채, 친정 아빠와는 다르게 소리치지 않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자녀를 키울 땐, '되고 안되고'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말과 행동에 따른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적절한 대화법으로 자녀와 소통하여야 한다.
훈육이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바람직한 기준 안에서 마음껏 살아가도록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다. 나와 남이 함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자신을 조절한다는 의미이다. 아이가 이런 걸 알려면, 느껴야 한다. 주양육자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서.
그녀는 자식을 너무 귀하게 여겨 애지중지하다 보니, 안된다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허용적인 엄마가 되어 있었다. 이런 경우, 자녀는 자신의 행동의 범위를 인식하기가 어려워진다. 뭐는 되고, 뭐든 안되는지 모른 채 떼를 쓰면 다 되는 경험을 하며 '자기 조절력'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사회생활이 힘들어진다.
또한 엄마가 말할 때,
언어적, 비언어적인 요소가 불일치하면 아이는 혼란스럽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는데, 표정은 굳어있고, 목소리는 불편한 경우가 그렇다.
3-step 대화법을 말하자면
-평상시 대화
-아이가 감정상태일 때(문제를 가지고 있을 때)
-부모가 감정상태일 때(문제를 가지고 있을 때)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눠서 대화를 해야 한다.
평상시 여러 가지 일상 대화를 하고, 다양한 질문들을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아이와 소통을 한다면 탄탄한 신뢰관계가 형성이 된다.
아이가 화가 나 있거나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경우는, 일단 들어야 한다. 경청과 공감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가르치거나 비난을 멈추고 오롯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고 나서 충분히 괜찮아졌을 때 가르쳐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부모가 화가 나거나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경우이다. 그럴 땐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을 해야 한다.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불편해진 마음과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일치할 수 있게 표현해 줘야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다. 그런데 말은 아주 부드럽게 괜찮다고 하는데 표정은 굳어있거나 눈빛에서 레이저가 나온다면 아이는 어떤 신호를 인식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결국 자신의 내면의 소리 또한 알아차리지 못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
부모가 때론 화를 낼 수도 있다. 사람이다 보니까.
다만, 화를 낸 사실과 경위에 대해 생각해 보고, 부모 또한 조절이 잘 되지 않았음을, 실수했음을 인정하고, 노력하고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그렇게 실수하고 노력하고 같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교육이다.
교회의 삼형제 집은 다소 거친 표현을 하고 있지만, 엄마가 일치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사랑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마음과, 잘못했을 때는 잘못했음을 확실하게 표현을 해줌으로써 아이들이 혼란스럽지 않고 자신을 조절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는 대화법이 통한다. 하지만, 부모의 사랑이 의심이 되고 조건 지어진 사랑, 또는 뭔가 불일치하는 느낌의 불편한 사랑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 더 떼를 쓰기도 한다.
부모는, 그 원가정의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이 지대하므로 자신의 과거 역사를 통찰해 보고, 무엇을 이어받고 무엇을 개선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고, '이럴 땐 어떻게 하겠다.'라는 대안 또한 찾아 두는 것이 좋다. 대안설정이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무의식 중으로 나의 부모처럼 행동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억눌러 버릴 수 있다.
충분히, 그리고 있는 그대로 온전히 사랑받고 있음을 아는 아이는 자기 조절력이 생기고, 삶의 문제에 맞닦뜨렸을 때에 무너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