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한 계절 초밥을 기다리는 너의 인내력
초밥왕, 우리 아이는 초밥왕이다.
작년 처음으로 먹어본 초밥에 마음을 사로잡혀 일주일에 한 번 예배드리고 나서 점심을 52번의 점심을 아이를 따라 초밥세트를 먹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특별한 날도 초밥, 생각나면 초밥.
간디스토마의 위험성을 수시로 읊어줘도 아이의 초밥 사랑은 참 대단하다. 나도 초밥 좋아했. 는. 데.
일 년 동안 꾸준히 규칙적으로 먹으니까 마음이 바뀌었다. 우습지만, "엄마 초밥!"이라는 말에 유아기에 이렇게 먹으면 안 된다고 혼을 낸 적도 있다. 구충제를 악착같이 먹이는 것도 초밥 영향이다.
일 년 넘게 초밥을 먹다 보니 물리고 물려서 초밥만 봐도 눈이 질끈 감기는 기분이란..
기회를 엿보며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아이에게 말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온도가 상승해서, 이젠 절대로 여름에는 초밥을 먹을 수 없다고. 간디스토마뿐만 아니라 비브리오균이 급증해서 모든 물고기가 다 오염되었다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아이. 아이의 불안을 건든 건 정말 미안하지만, 사실인걸. 원래 옛날부터 여름에는 해산물을 날로 안 먹지.
"엄마 그럼 몇 월부터 못 먹어요?"
"음, 이젠 지구가 아파서 더워지면 무조건이야. 반팔 입으면 그때부턴 초밥 못 먹어."
엄마는 엄동설한에도 반팔을 입고 싶구나..
4월 말, 5월 초 꽃샘추위가 아직 이었지만 아이는 여름이 오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6월부터 초밥을 멈췄다. (야호..:입틀막...) 금단현상이 있었다. 먹고 싶은데 여름 밉다고 우는 날도 있었고. 엄마를 회유하며 한 번만요~하는 날도 있었지만, 아이의 건강을 위해 초밥을 먹이지 않았다. 간디스토마와 비브리오균이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서운걸.
땀 흘리는 여름, 아이가 자주 물었다. "엄마 우리 초밥 언제 먹어요?"
"음... 추석 지나면?"
"추석 지나면 여름이 가요?"
"보통 추석 지나면 여름이 가긴 해.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추석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일 거야."
추. 석.
오매불망 추석을 기다리는 아이. 열심히 잘 기다려줬다. 초밥은 못 먹을지언정, 초밥이 소개된 책이나 초밥이 주인공인 동화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 어떤 날은 "초밥책 다 안 읽을래요, 자꾸 읽다 보면 먹고 싶어 지니까 엄마 책 치워주세요." 하기도 했다. 너의 인내심을 응원해 아가.
추석날 온 가족이 함께 간 뷔페에서 아이는 첫 접시를 초밥으로 가득 채웠다. 신나서 발을 동동 흔들며 흥얼대며 먹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했다. 4개월을 꾹 참은 아이의 인내력을 칭찬했다.
오랫동안 지혜롭게 선택하고 잘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맛있게 먹으라고.
그리고 연휴가 끝날 즘, 우리는 또다시 야무지게 구충제를 챙겼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항상 해주는 말.
"기다리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이번에도 아이가 초밥을 입에 한가득 넣으며 반달눈을 뜨고 이야기한다.
"엄마, 기다리니까 좋은 일이 생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