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40. 왜 그런 날이 있잖아.

by Aloha J

어린이집의 독감 이슈와 아이의 아직 완쾌되지 않은 팔 때문에 한 달간 하원이 부쩍 빨라졌다. 엄마의 사정으로 저녁 연장반까지 있던 아이는 요즘 해가 뜬 낮에 하원하니 매일 기분이 좋다. 거기에 더해 매일 엄마와 매일 뭔가를 많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냐, 아가... 평일은 언제나 바빠..)

"평일은 엄마가 퇴근하고, 00이 하원하고 나면 노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아. 넉넉하고 여유롭게 놀고 안아주고 쉬는 건 주말에 할 수 있어. 이건 00 이가 이제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이야. 평일에는 하원하면 씻고, 저녁 먹고, 예배드리고 렌즈 끼고 자는 거 이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알지?"

매일 부족한 시간을 보내는 걸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거의 매일 들려주는 이야기지만, 아이는 아이다.


엊그제도 아이를 데리고 3시가 되기 전에 집에 왔다. 오후 간식 안 먹어도 된다고, 빨리 데리러 오라는 말에 서둘러 아이를 데리러 갔다.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아이를 위해 태양계 팔찌 만들기 키트를 구입했는데, 마침 도착했다. 씻고 나온 아이는 엄마와 간식을 먹고 팔찌도 만들었다. 스스로 만든 팔찌를 뿌듯하게 바라보더니

"엄마아~00이~엄마랑~체스게임 하고 싶어요~"

"그래, 하자!" 아직 4시가 안 된 시간이라 아이와 체스 게임을 시작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게임이 한 수를 물러주고, 전략을 어떻게 펼칠지 이야기하다가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어! 이제 엄마 저녁 해야겠다. 이제 슬슬 정리하자."

했더니 갑자기 으앙! 하고 울기 시작했다. 왜... 왜지...


저녁 준비 하는 동안 아빠랑 놀고 있으라고 했더니 울음이 더 커졌다.

"아빠가! 아빠가 하면 되잖아! 흐앙!!!!"

아... 아빠랑 오늘 놀기 싫은가 보다...

"배고프다며, 얼른 저녁 해야 밥을 먹지. 엄마가 계속 놀아줄 수는 없는데..."

"체스 안 할걸! 다른 거 못했잖아! 책 읽고 싶었는데!"

"우리 집에 와서 뭐 했지?"

개운하고 목욕하고, 간식도 맛있게 먹고, 팔찌도 신나게 만들고, 체스도 즐겁게 했다고 이야기해 줘도 막무가내였다.

"아빠랑 놀고 그동안 엄마가 저녁 하면 딱인데! 오늘 왜 이렇게 투정이야?"

마른세수를 하며 아이 옆을 지키는데 건조한 내 말투에 아이가 조금씩 울음을 그쳐갔다.


품에 안고 아이에게 말했다.

"오늘, 엄마랑 집에 일찍 와서 좋았어?"

"응..."

"오늘은 엄마랑 간식도 맛있게 먹고 팔찌도 만들고 게임도 하니까 신났어?"

"(울먹) 흐응...."

"아, 그래서 엄마랑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

"(으앙....)네에..."


그랬구나.. 오늘 너무 즐거워서 엄마랑 더 있고 싶었구나.

에잇, 잠시 저녁은 내려놨다. "읽고 싶은 책 갖고 오면 읽어줄까?"

하니 토끼처럼 총총 달려서 좋아하는 책을 갖고 왔다.

그렇게 책을 읽어주고, 안아주고, 장난하며 늦은 저녁에 대한 걱정은 한 자락 깔고 아이와 초저녁을 보냈다.

두 시간을 아이와 꽉 채워서 보냈다. 마치 주말의 오후처럼..


"엄마, 이제 중요한 게 있어. 뭔 줄 알지?"

"중요한 게 뭘까?"

"바로! 저녁을 먹어야 한다는 거야!"

배가 고프자 아이는 그제야 엄마를 내어줬다. 아들... 이미 너무 늦었다...


결국 아빠의 제안으로 계획에도 없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바로 짜장면.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셋이 둘러앉아 짜장면을 먹었다.

다른 날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 불량 식품을 나눠 먹으며 쌓이는 우정 같은 게 느껴졌달까...


그래, 이런 날도 있지. 곧잘 엄마의 저녁 준비를 기다리던 꼬맹이가 이렇게 더 엄마를 찾는 날도 있지.

평소 같으면 혼자 놀 수 있는데, 엄마랑 더 놀고 싶은 날도 있지.

엄마도 밥 걱정 안 하고 그냥 울 아들이랑 책 읽고~게임하고~산책하고~그렇게 하고 싶은 사실 많거든.


오늘은 조용히 품에 안기며 말한다.

"엄마, 이제 팔 다쳤을 때처럼 맨날 일찍 와줘요. 엄마가 일찍 오니까 행복해."

아이를 꼭 안아주며 대답했다.

"엄마가 최대한 빨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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