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합성첨가물을 먼저 배웠다.
'먹는 게 곧 나다.' 이 말의 힘을 안다. 세상에 태어난 작고 소중한 아이는 엄마의 손길과 부모의 결정을 따라먹고 마시는 것을 배운다. 내가 그렇게 컸듯이 아이의 먹거리에 공을 들였다. 41개월의 가정보육의 순기능 중 하나는 건강한 먹거리 노출이 굉장히 수월했다는 거다.
제법 긴 모유수유 기간을 지나오면서 아이의 이유식을 위해 '한 그릇 뚝딱 이유식, 유아식(오상민 저)'을 선택했다. 쉽고 간편한 이유식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첫 음식에 엄마의 바지런함을 옵션으로 선택했다.
이유식은 자연 재료 본연의 맛을 소개하는데 집중했다. 소금도 조금씩만. 참기름과 들기름으로 맛을 더하고 단맛은 과일이나 양파로 곁들이는 점이 좋았다. 명절과 가족 행사 때 만나는 조카들이 젤리에 열광할 때, 내 아이 입에는 한천가루와 과일즙으로 만든 엄마표 젤리를 넣어줬다. 사제(?) 쌀떡뻥의 재료는 쌀과 과일즙 정도만 허용했다.
엄마의 형편없는 요리실력이 오히려 아이에게 도움이 되었던 시절. 우리는 길쭉하게 자른 오이와 당근을 손에 들고 함께 마주하며 먹었다. 와그작, 와그작. 아이의 귀에 아삭이는 소리를 들려주면 까르르 웃었고,
아이는 제 얼굴 반만 한 토마토를 하찮게 앙 베어 물고, 브로콜리를 달라고 두 손을 모았다. 매 끼마다 근사한 레스토랑의 지배인처럼, 이유식에 쓰인 재료와 영양소에 대해 나의 VVIP 손님에게 소개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스크림과 과자, 초콜릿 그림을 보며 그게 먹는 거라는 걸 인지한 아이에게 합성첨가물이 들어간 음식이, 간식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를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무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말이 트이기 시작하자 "하썽청가무 아야 해" 하며 합성첨가물이란 단어가 아이의 말주머니에 자연스럽게 담겼다. 어린이집에서 식습관 교육을 받은 날 하원 할 때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
"어머니, 00 이가 합성첨가물, 기타 과당이라는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해서 깜짝 놀랐어요." 하하하...
어린이집 입소 전까지 아이의 식단은 청정지역이었다. 과자와 젤리가 없어도 아이는 세상의 다양한 재료에 열광했고, 즐겁게 먹었다. 덕분에 밥을 안 먹어서 맘고생하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마, 아이의 다른 부분에서 엄마가 마음 고생하니까, 이거라도 내게 힘이 되어준 거 같다..)
유난이라며 "이거 먹어도 안 죽어." 하는 소리에 귀를 닫았다. 응, 안 죽지 당장은. 근데 그게 내 아이의 몸이 되잖아. 그래서 먹어도 안 죽는 그 먹거리가 내 아이에게 오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데 집중했다. 옆에서 우리 아이가 언제쯤 혓바닥이 빨개지는 젤리와 사탕에 푹 빠질까 은근히 기다리는 시선도 있었다. 7살이 된 지금까지도 호기심에 한 입 넣어도 금세 뱉어내는 걸 보면, 안 먹이면 또 안 먹게 되는 거 같다.
다섯 살에 처음 먹은 곰젤리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곶감에 호두를 말아준 간식을 즐겼다. 각종 나물의 향을 구분하며 즐기고, 셀러리를 같이 손에 쥐고 먹는 걸 좋아한다. 볶은 은행을 먹고, 말린 건대추의 달큼한 맛도 즐긴다. 버섯 중에서는 표고버섯을 좋아한다. 미나리의 봄향도 좋아하고 생강차도 같이 마신다.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아이의 미각이 굉장히 발달했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계절마다 다양한 맛을 찾고 즐기는 귀여운 나의 식도락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여섯 살 여름,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덕분에 여름은 당섭취량을 체크하며 설득과 투정을 주고받으며 적당한 타협을 이어간다. 생크림과 초코는 진저리를 치고, 젤리나 과자는 한 봉지를 다 비우지 못한다. 아이스크림도 다 먹지 못해서 아직까지....다행이다...
아이도 크면서 새로운 맛에 눈을 뜨는 중이라 작년과 다른 한 해를 보냈다. 다양한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감자튀김을 알게 됐지만 그게 얼마나 나쁜 성분인지 알게 된 후로는 자제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의 최애는 감자칩과 감자튀김이다. 과일이 들어갔다지만, 설탕도 듬뿍 들어간 과일음료, 감자칩, 선물로 받아온 젤리, 그리고 여름의 아이스크림.
여기까지 만이다. 엄마가 허용할 수 있는 일탈은 여기까지. 모든 합성첨가물과 합성색소가 아이의 몸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아이에게 합성첨가물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덕분에 아이는 자신이 먹는 것을 함부로 아무거나 선택하지 않고 있다. 아이의 의지와 판단, 그리고 마음이 들어간 결정이라서 매번 아이를 응원한다. 특별한 지병 때문에 먹지 못하는게 아닌이상 가끔 아이가 먹는 과자나 젤리 정도는 가볍게 넘긴다. 대신 다음 날 아침, 저녁은 좀 더 건강을 챙겨 먹이면 그만이니까.
아이의 지금을 응원하고 칭찬한다.
기침이 나고 감기 기운이 오르면 "엄마, 배숙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아이. 목이 따가우면 생강과 갈아 얼린 레몬에 꿀 한 수저 섞어 먹는 걸 즐기는 아이.
"엄마, 겨울 무는 보약이죠?" 하며 겨울 무를 야무지게 먹을 줄 아는 아이.
바라건대, 아이가 앞으로도 음식이라 불리기 어려운 나쁜 것들을 몸에 넣지 않고 건강한 맛을 더 즐기면 좋겠다. 물론 육아 선배님들이 조언에 따라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은 눈을 감고 기다려줘야 하겠지만...
오늘도 우리 집 미식가는 저녁 준비 시간, 엄마옆에 기대어 썰고 남은 당근, 무 한 조각, 셀러리 한 줄기를 입에 물고 놀다가 돌아온다. "엄마! 이거 맛있어요! 더 주세요!" 하며..
오늘도 나는 아이의 건강한 하루, 단단한 내일을 음식에 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