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빼먹고 남을 만큼 말이야.
"오은영 박사님이 어릴 때 사랑을 많이 주면 사춘기에 그걸 빼먹고? 남는 게 있어야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고요."
친하게 지내는 육아 선배의 말에 마음이 쿵 했다. 빼먹고 남는 게 있어야 다시 돌아온다라...
마음이 조급해지고, 살짝 슬퍼졌다. 우리 아이의 생애 첫 6년을 내가 빼먹고도 다시 돌아올 만큼 사랑을 줬던가..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그 후 6년은 맘껏 사랑을 주고 싶어도 상황이 많이 달라질 텐데..
사춘기도 곧 올 텐데... 좀 더 잘해 줄걸.. 하는 생각에 마음이 쿵 했다.
"이제 초등학교 입학인데... 지금부터라도 사랑을 주는데 더 신경을 쓰면 가능할까요?"
하고 울음 표시 이모티콘을 던지니
"초등 입학 우습다 ㅋㅋㅋㅋㅋ"하면서 유쾌하게 웃어넘기는 선배 엄마들의 반응이었다.
아침에 어린이집 가야 하는데 양말 한 짝 신는데 5분이 걸려서.. 욱 해서 보냈다는 내 말에 선배 엄마들은 "대학생도 양말 한 짝 시는데 5분 걸려요." 하며 "아침에 갔다는 게 중요한 거"라고 했다. 육아 선배들의 눈에는 내 고민과 내 육아의 욱 포인트가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니었다는 거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저질체력이 멘털까지 잡고 드러눕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다정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하루에도 수십 번 나를 다그친다. 오죽하면 내 핸드폰 화면이 "상대는 아가다"라고 써야 할까.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아이가 어떤 인생을 살기 바라는지 원하는 그림이 있지만, 매일 눈뜨면 정신없이 일상에 휩쓸려 살아왔는데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자세가 어때야 할지 고민했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남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진짜 내 속마음 속에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그 마음이 아이를 대할 때 조급함으로 튀어나오고, 이해보다는 다그침으로 쏟아낼 때가 많다.
엉킨 실타래처럼 엉망인 엄마의 어디서부터 다시 풀어내야 내 아이가 빼먹고도 남을 만큼의 사랑을 채워줄 수 있는지 더 심란해지다가
조선미 정신과 교수님이 육아 강연 말미에 건넨 이야기가 가위처럼 엉킨 실타래를 끊어서 풀었다.
"육아가 별거라고 생각하니까 힘든 거예요. 육아는 그냥 육아예요. 아이 키우는 거. 아이 키우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우리가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하는 거예요. 겁먹으면 안 되는 거라고요. 내 아이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잘못하면 훈육하고. 잘하면 칭찬해 주면서 무던하게 힘 빼고 하면 됩니다. 혼나야 하면 혼나는 거고. 예민하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에요. 육아는 그냥 아이 키우는 겁니다."
빼먹고도 남을 만큼의 사랑은 다양한 형태일 거다. 진심 어린 훈육일 수도 있고, 너무 달아서 이가 아플 만큼의 사랑표현일 수도 있고, 매일 자기 전 해주는 다리 마사지일 수도 있고, 같이 박장대소하며 노는 시간일 수도 있다. 다시 답이 보인다. 포기하지 않을 거다.
네게 넘치게 부어줄 내 사랑을 엄마는 포기하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