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86. 밤이 새도록...

by Aloha J

저녁 8시부터 엄마 마음이 촉박해진다.

9시에 잠을 시작하기 위해서 1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 많다.

어릴 때부터 아이와 함께 자는 생활 습관을 선택한 터라 엄마의 잘 준비까지 마쳐야 한다.

아이를 재운 후 육퇴 후 설거지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 집도 있지만 아이의 수면은 곧 엄마의 수면시간이 된다. 잠이 많은 엄마는 밤새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힘든 아침을 맞이할 자신이 없어서 이 방법을 선택했다.

힘든 아침은 우리 모두에게 유쾌한 아침이 될 수 없다는 걸 몇 번의 시행착오로 깨달았다.

20대에도 밤새는 건 어렵더니, 역시 나는 잠을 자야 에너지가 채워지는 인간이다.

8시 30분이 돼서야 우리의 수면 루틴이 시작되고, 드림렌즈를 눈에 착용하고 나면 아이는 쪼르르 방 안으로 들어간다. 시계를 보니 8시 57분! 괜찮아! 할 수 있어!

뒷정리를 빠르게 마치고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불을 끄고 아이 다리를 마사지해주고 나서 옆에 누우면 "엄마 팔이요~" 하며 팔베개를 요청한다.

엄마의 팔베개를 베고 품이 속 들어온 아이. 예전에는 조용히 찬양을 불러주면 새근새근 잠이 들었는데... 요즘은 아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짧은 잠자리 대화와 자장가로 커온 아이가 요즘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졌다.

대화의 주제도 다양해서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린이집이야기부터 책 속 궁금한 이야기,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까지...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하고 축복해요. 귀엽고 예쁘고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이제 자려나... 싶지만, 아니다.

"울애기 잘 자, 사랑하고 축복해. 귀엽고, 예쁘고, 멋지고, 소중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울 00이. 사랑해."

엄마의 화답을 듣고 난 후

"엄마, 그런데요~"

하면서 새로운 주제가 시작된다. 아이의 머릿속은 항상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언제든 이야기를 풀어놓을 준비를 마친 빵빵한 이야기 보따리가 아닐까...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누운 건 9시인데... 10시... 어떤 날은 11시,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퇴근하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자, 이젠 정말 잘 시간이야. 잘 자. 사랑해." 하고 끊어주지 않는다면 12시를 거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우리의 대화.

몇 년 후면 이 시간이 참 그리워질 텐데도, 성장 호르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엄마는 매번 오늘은 기필코 짧게 대화하고 재우리라 다짐하지만, 여전히 아이와의 이야기로 밤을 채운다.

1시간 넘는 밤잠 대화라... 어쩌지 우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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