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3. 일어나자마자...

by Aloha J

아침이 되면 제일 먼저 렌즈를 빼준다.

"눈 잘 보여?"

"네! 잘 보여요~"

맑게 보이는 시야에 만족해하며 침대 위에서 뒹굴대는 아이.

옆으로 자거나 엎드리면 안 돼서 자면서도

계속 억지로 돌려 눕히는 일이 제게도 내게도 참 편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아침 렌즈 탈착 후 엎드리고 뒹구르며 잠깐의 자유를 만끽한다.


그리고 바로 쪼르르 책장으로 가는 아이.

밤새 무슨 이야기가 머릿속에 담겨있었는지

책을 살피고 골라서 읽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저기 먼 산부터 좀 봐야지. 하늘도 보고.

멀리 보는 연습 아침에 가장 먼저 해야지?"

매일 하는 이 잔소리가 언제쯤 끝날지 모르지만

책에 둔 시선을 잠시 빼내어 창문 밖으로 대충 던지는 아이.

망중한을 즐기지 않는 아이는

아주 잠시 억지춘향으로 엄마의 요구에 응해주는 시늉을 하고는

주방으로 돌아온 나를 뒤로 자연스럽게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


5살 때까지도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 다리 붙잡고

아침부터 안아줘 안아줘 하던 아이였는데...

한 팔에 안고 아침을 시작하던 때가 끝나지 않을 것 같더니

작년 언제부터인가 아이는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달그락 거리는 주방 소리를 배경으로

아이는 매일 아침 차분하게 책 앞으로 간다.

등원 후 온 거실에 책상에 쌓아둔 책을 보며

오늘 아침 아이가 이런 책을 읽었구나 살펴보게 된다.


흥미가 사라져서 안 찾는 줄 알았던 책들도

바닥에 나온 걸 보면, 반갑기도 하다.


책상 의자에 정자세로 앉아서 읽지 않아서

어느 날은 책상 위에서,

어떤 날은 이불 위에서

어떤 날은 의자에 걸터앉아서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부디 매일 아침을 스스로 찾은 즐거움으로

단단하게 채워가고 있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강남(에 사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