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26. 한글을 알게 된 후 우리는 좀 더 달콤해졌다.

by Aloha J

한글을 몰랐던 때는 급한 일로 메신저를 이용할 때, '엄마 일하는 중이야. 조금만 기다려줘. 고마워.'로 상황이 해결됐었다. 되도록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지내지만, 집안 경조사나 회사 일로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에는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엄마의 일'로 소개했다. 덕분에 아이에게 스마트폰은 일을 하거나 엄마가 익룡 소리를 내며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도구 정도로 인식이 되었다.

한글을 그렇게 잘 익히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 어느 날 아이가 옆에서 "울 엄마?"라며 정확히 친정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내 핸드폰 화면을 읽었다.!!!! 그리고 그 노란 어플의 이름이 '카카오톡'이라는 것도 또박또박 읽어냈다. 아... 이젠 일하는 중이라고 못 하겠구나. ㅋ


엄마가 읽는 책의 제목을 앞에서 한 자 한 자 읽어내거나 엄마의 일기장을 열어서 한 글자씩 읽어가는 일이 종종 생겼다. 아이의 세상이 더 확장돼 가고 있었다. 아이의 눈이 바빠졌다. 동시에 손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글학습을 열심히 지원해 준 원의 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아이의 글씨로 완성된 작품들이 일 년 내내 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집에서도 아이는 요란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한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글로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은 결과물이 가방에 한가득 담겨 올 때마다

"우와~**이는 좋겠다. 우리 00 이한테 편지도 받고!" 했더니 눈을 반짝이며

"엄마도 내가 편지 써주까?" 하는 아이. 정말 아이에게 편지를 몹시 받고 싶어서

"응! 엄마도 00 이한테 편지 받으면 행복해서 날아갈 거 같아." 했더니 그 말이 마중물이 되었다.



"엄마도 꼭 답장 써야 해!" 다짐을 하며 두 입술을 앙 다물고 초집중하는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저녁마다 만났다. 나도 어릴 적 엄마의 메모 편지를 많이 받았다. 도시락 안에, 하교 후 텅 빈 집 식탁 위에 엄마는 여기저기 편지를 써서 올려두셨다.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게도 그렇게 해주고 싶었는데, 한글을 뗀 덕분에 아니, 편지의 즐거움까지 알게 된 덕분에 우리의 펜팔이 시작된 거다.


엄마의 답장을 기다리는 아이를 위해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메모지에 편지를 써서 식탁매트 아래 끼워두면 아이는 보물이라도 찾은 거 마냥 행복해한다. 나 또한 아이의 편지를 받으면 하고 싶은 말은 딱히 다양하게 떠오르지 않지만, 울 아이의 꾸준하고 한결같은 사랑고백에 힘이 난다.

그 편지에 어느 날은 사랑을 담고, 어느 날은 위로를 담아낸다.


덕분에 우리집 냉장고 문은 아이와 주고받은 편지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엄마 사랑해, 하트 뿅뿅'이라고 쓴 편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녹고, '사랑하는 내 엄마'라는 한 문장을 쓴 편지는 마음에 힘이 된다.

사실, 이렇게 글 쓰기를 계속 지속하면 좋겠어서 아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둔 엄마의 의도도 한 스푼 넣어뒀지만. ㅎㅎ


저녁에도 편지 한 장을 전해줘야겠다. 오늘도 엄마가 이만큼 사랑한다고 표현해줘야지.

한글을 뗀 덕분에 우리의 매일이 더 달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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