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세상의 모든 문이 닫힌 날, 비로소 열린.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딱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세계 경영 분야의 3대 구루(Guru)로 꼽히는 오마에 겐이치의 말처럼, 삶을 구성하는 이 3가지 요소 - 공간, 시간, 인간 - 는 누구의 인생에서나 중요한 3간(間)이다.
내 삶의 가장 큰 3간(間)의 변화는 불과 5년 전, 코로나 팬데믹이 세상을 덮쳤던 2020년 초에 시작되었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원에서 2년을 꼬박 바쳐 학위를 마칠 때쯤, 내가 알던 세상의 모든 문이 닫혀버렸다. 당연했던 논문도, 일도 모두 정지된 채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던 시기. '모든 선택은 해보는(Do) 방향으로, 그리고 가능한 끊임없이 움직이기로 하자.'던 그때의 결심은 사실 전략이라기보다는 생존 본능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창업은 국세청 홈페이지에서의 가벼운 '클릭' 한 번으로 싱겁게 시작되었지만, 그 클릭이 이끈 곳은 그간 내 삶에서 한 번 갈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멀기만 한 전라남도 강진이었다. "거기까지 가서 뭐 해?"라고 묻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미술사를 전공한 나에게 강진은 '아직 잠들어있는 역사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곳, 그래서 내가 해보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들이 자꾸만 보이는 '나만의 작은 실리콘밸리'였다.
그렇게 나는 서울의 미술관 대신, 매일 작아지는 마을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두 번 오가던 곳은 어느새 '우리 동네'가 되었고, 그 출근길을 시작으로 꼬박 5년을 전국의 수많은 로컬들로 출퇴근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 삶의 3간(間)은 소리소문 없이 천천히 바뀌며 끊임없이 나에게 변화를 들이밀었다.
이 책은 문화예술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사람이 서울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여러 로컬들에 머물며 살아내는 동안, 그 삶의 변화를 어떻게 소화해왔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적어도 그 시간을 지나가는 동안 나에게는, 작아지는 마을로 향하는 나의 출근길이 타인의 막연한 '동경'이든, 혹은 도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섞인 '기피'의 대상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그 변화의 파도 속에서 내가 자연스럽게 나의 바다에 머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제야 내가 사는 곳을 내가 선택한다는 것의 의미를,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선택한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것은 단순히 거주지를 옮기고, 돈을 버는 문제는 아니었다. 끊임없이 값을 치르며 '관객'으로 무대 앞에 머무는 포지션에서 벗어나, 역시 끊임없이 값을 치르며 내 무대를 만들어 올리는 '창작자'가 되는 일이었다. 그 값이 무엇인지 다를 뿐, 인생은 성실하게 때마다 그 값을 정확하게 받아내러 온다. 값을 치르고 또 치르며 어쩌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보다, 값을 치르는 행위에 먼저 몰두하게 되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오늘도 나는 만원 지하철 대신, 매일 작아지는 마을로 출근한다.
이곳에서 발견한 '내 세계를 지키는 법'을 당신에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