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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보다 정확한 알람시계

윤기 나는 녹색 깃털이 챠-밍 포인트!

Aloha, 


9월. 한국은 2학기가 시작이지만, 미국 및 해외의 다른 학교들은 1학기가 시작됩니다. 하와이 주립 대학교도 미국의 50번째 주이니 당연히 이맘때 첫 학기가 시작됩니다. 저의 첫 학기부터 하와이 탈출기 찍기 전까지 아침이면 항상 시계보다 정확하게 아침이 시작됨을 알려주던 고마운 존재가 더욱 생각 나는 요즘입니다.


친구들끼리 이 존재를 Green Parrots (녹색 앵무새)라고 부를 정도로 깃털이 싱그러운 매실 열매의 녹색입니다. (학명은 Rose-ringed Parakeet입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보통 녹색 앵무새들은 무리 지어서 잽싸게 날아다닙니다. 낮에는 마노아 캠퍼스에서 킨 콩깍지처럼 생긴 열매들에 매달려서 그네 타듯 놀기도 하고 열매를 먹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솔솔 했습니다. 


녹색 앵무새가 시계보다 더 정확한 알람시계였던 이유는 동이 틀 무렵의 이른 새벽에 항상 마노아 산에서 하루가 시작됐다고 노래를 부르며 마노아 캠퍼스로 날아왔기 때문입니다. 청각에 조금 예민한 편인지라 새들이 노래 부르는 소리는 종종 알람시계보다 크게 들렸습니다. 새들의 노랫소리에 잠이 깨는 아침이라니. 마치 동화 속에 들어가서 맞이하는 아침 같아서 디즈니 주인공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마노아 산에서 마노아 캠퍼스로 날아온 녹색 앵무새들은 출근하는 사람들처럼 바삐 와이키키 방향으로 훌쩍 날아갔다 해질 무렵에 다시 마노아 캠퍼스에 왔다 마노아 산으로 돌아갔습니다. 일정하게 움직이며 사는 새들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고 신기했습니다. 녹색 앵무새들 덕분에 아침 알람을 6개 이상 맞추고 자던 습관이 알람 1개만 맞춰도 될 정도로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너무 피곤해서 하루 일과 시작이 벅찬 날에는 새들도 하루 일과를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며 시작했던 기억도 납니다. 


마노아에 사는 녹색 앵무새들은 여전히 잘 지낼까요? 마노아 캠퍼스에서 이들을 만난다면 저의 안부를 전해주세요.


Mahalo.



영상 속에 꽃이 핀 나무 꼭대기에 있는 새가 녹색 앵무새입니다. 새들이 잘 찍힌 영상을 찾아 올려둡니다. 


비교적 긴 영상에서는 새 한 마리만 나오고 짧은 영상에서는 새 두 마리가 나옵니다. 주변에 들리는 소음은 도서관 근처에서 공사하는 소음입니다. 혹시 이 소리가 싫으시다면 음소거하고 새들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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