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ohaS Mar 08. 2023

잔디밭과 울타리 2

잔디밭과 울타리 1에서 이어집니다.




그때부터 울타리 세우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책을 찾아봤다. 잘 꾸며놓은 정원을 답사한 뒤 따라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울타리를 세우고, 팻말을 세웠다. 그 모든 건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남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팻말이 없었을 때는 내가 예의상 지은 미소가 누군가에게는 정원에 들어와도 좋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내 미소 때문인가 스스로를 탓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를 위해 팻말을 더 높이 세운다. ‘더 이상 넘어오지 마시오.’     


요즘은 울타리 공사중이다. 이번 공사는 좀 오래 걸릴 것 같다. 쉽게 낡고 부서지는 나무 울타리 대신 돌담 울타리를 쌓기로 했다. 최근에 놀러 가서 봤던 돌담이 세련돼 보이기도 했고, 만져보니 훨씬 견고하고 안전해 보여 큰맘 먹고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멋들어진 대문과 맑은 종소리가 나는 초인종도 주문했다.     


정원 가꾸기는 여전히 즐겁다. 꽃에 물을 주며 고운 말을 건네고, 제법 자란 나무를 가지치기하고, 잡초를 뽑는 일은 모두 이제 혼자 몫이지만, 잘 관리된 정원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든든한 울타리 덕에 더 마음 놓고 쉴 수 있다.      


어른답게 산다는 것에는 정원을 잘 가꾸는 일도 있겠지만, 울타리 작업을 얼마나 잘했는지, 그리고 누군가와 대화할 때 울타리 안에서 나눌지 아니면 바깥에서 나눌지를 잘 판단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정원 가꾸기와 울타리 작업은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초인종 버튼 위치를 누구에게 알려줄지 알아볼 시간이다. 내 마음속에 심어놓은 꽃과 나무가 계속 잘 자랄 수 있도록, 잔디밭이 계속 푸르게 빛날 수 있도록, 그리고 공들여 쌓은 돌담이 헛되지 않도록 말이다.






이전 13화 잔디밭과 울타리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