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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ohaS Apr 23. 2023

DNA에 담겨있는 비밀을 찾아서

유전자 검사와 내면 탐구

얼마 전 건강검진을 했다. 일주일 후 검진 결과를 메일로 받았다. 결과지를 열어보는 순간 조금 긴장되었다. 기본 검사 외에 추가로 신청한 유전자 검사 때문이었다.


내가 신청한 검사는 암과 일반질환에 대한 유전자검사였다. 암 5종(대장암, 위암, 폐암, 난소암, 유방암)과 일반질환 8종(관상동맥질환, 급성심정지, 심근경색, 심근병증, 허혈성 뇌졸중, 유전성 뇌졸중, 제2형 당뇨병, 골다공증)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검사하고 위험인자가 몇 개 검출되었는지, 질환 발생 위험도는 어떠한지 알아보는 검사였다.


# 결과지에 안내된 유전 용어 설명 #
유전자는 DNA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이는 다음 세대로 물려지며 인간은 약 2만여 개 이상의 유전자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자 변이는 물려받거나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유전자 변이는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질환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 유전형을 위험인자라고 한다.


혹여나 안 좋은 결과가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스크롤을 내렸다. 다행히 모두 연두색이었다.

상세 결과는 질환별로 자세히 나와 있었다.


위암 검사 결과를 예로 들면, 나의 경우 위암 위험인자 15개 중 2개가 검출되었고 이는 한국인 위암 위험인자 평균 4개에 비해 적은 수치다. 위험인자가 7개 이상인 경우 상위 5%로 분류된다.  


평소에 잘 체하기도 하고 소화도 잘 안 되는 편이라 내심 걱정했었는데 모두 다 신경성이었나 보다. 다른 질환들의 결과도 다 정상 범주 내로 나와 안심할 수 있었다.




내면 탐구가 취미인 내가 이번에 제대로 속을 들여다보았다. 검진을 통해 과학적으로 말이다. 피 몇 방울로 각종 질환의 위험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세포 탐구를 통해 속을 들여다본 결과가 괜찮아서 다행이지만, 건강에 자만해서는 안된다. 몇 년 전, 건강이 안 좋아 조금 고생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감사했다.


이번 유전자 검사로는 신체 건강에 관한 일부 정보만 알 수 있었지만, 사실 유전자에는 신체 말고도 정신에 관한 정보도 담겨 있다. 성격, 습관, 지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정보도 담고 있지만 어떤 인자가 어떤 성향과 관련 있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다소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외모뿐만 아니라 사소한 습관들, 예를 들어 걸음걸이, 자주 짓는 표정, 제스처까지 유전된다고 하니, 실상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정해진 대로 행동한다고도 볼 수 있다.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서도 달라지지만 그 노력의 강도와 종류까지도 이미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는 말도 있다.


더 파고들면 ‘인간의 삶은 정해져 있다, 유전자에 새겨진 대로 살아간다’는 주제로 흘러가므로 오늘은 여기까지.




아무튼 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한편으로는 마음 검진도 신체 검진처럼 1~2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검진 문진표에 정신 건강 체크란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좀 더 상세하게 장단점, 사고방식, 성향 등에 대해 점검하는 것도 현대인들에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자신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는 했다. 최근 유행했던 MBTI도, 꾸준히 찾는 사주팔자도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수단이다. 진지하게 내면을 살피는 일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나를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걱정거리의 상당수는 우리가 외면해서 몸집이 커져버린 게 대부분이니까.


몸속 혈관에 쌓이는 콜레스테롤만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근심도, 마음의 때도 수시로 닦아주어야 한다. 안 그럼 찌꺼기가 쌓여 생각의 혈관이 막혀버릴 수도 있다. 마음의 심장이 고장나버릴 수도 있다. 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돈도 벌고, 취미 생활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인데, 그 와중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산물은 그때그때 잘 처리해주어야 한다.




검사 결과지를 읽으며 잠깐이지만 건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전 정보로 질환의 위험도까지 예측하는 현시대의 기술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전자에 담겨 있는 나의 정보, 내 DNA로 해석할 수 있는 삶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미래는 궁금하면서도 동시에 모르고 싶은 일이다. 내 미래를 알 수 있는 버튼이 있다면 아마 나는 한참 망설이다 누르지 않을 것 같다. 미래를 모르는 채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데 그 의미가 있을테니까. DNA에 담긴 비밀은 비밀로 남기련다.


이번 건강검진을 통해 암 5종과 일반질환 8종의 발생 위험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되었다. 결과지에 집중관리 대상 유전자 변이는 검출되지 않았으나, 다른 유전자 변이 및 생활 습관에 의해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니 계속 관리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물론이다. 다음 건강 검진일 전까지 꾸준히 운동하며 몸과 마음을 더 튼튼하게 해야겠다. 오늘도 이렇게 다짐이 쌓여가지만 이번에는 브런치 글로 남겼으므로 잘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오늘 공원 산책이라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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