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ohaS Apr 08. 2023

저 마트 망하면 안 되는데!!

인류애로 남을 응원하는 마음

몇 달 전, 집 근처에 마트가 하나 생겼다. 넓고 주차가 편하고 무엇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 마트였다. 마트치고 목이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 월세가 저렴하려나? 요양병원 아래여서 나름의 수요가 있으려나? 혼자 한가한 궁리를 해보기도 했다.


그 마트는 갈 때마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휑하니 파리가 날려 장보기가 머쓱하기도 했다. 때로는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은 날도 있었다. 운동 다니는 길목에 있어 오며 가며 종종 구매했지만, 늘 손님이 많은지 적은지 사장도 아닌데 체크를 하게 되는 곳이었다.


영수증 리뷰를 올렸다. 저렴하고 신선한 물건들이 많은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적었는데 적고 보니 가게 홍보였다. 다른 사람이 쓴 리뷰를 보니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계속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다는 나의 개인적인 바람에서 나온 멘트이기도 했지만, 그 마트가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순수한 진심이었다. 이기심에서 나온 이타심이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며 훈훈해졌듯 이타심의 태생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잘되길 바라며 응원하는 마음이 세상에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이타심이 더 커질수록,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갑자기 표어 공모전 멘트 같은 소리를 늘어놓고는 있지만, 시기나 질투보다는 남을 응원하는 편이 나나 상대방 모두에게 이롭게 작용할 것이다.


그 마트의 리뷰를 보며 느낀 건 생각보다 남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타심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인데 이 마음이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것은 아닐까? 마음에도 일종의 유행이 있다면 지난 몇 년 간은 시기심과 질투심, 깐죽거림, 간보기 등이 유행하던 시대였다고 아주 주관적인 분석을 해본다. 내가 그런 이들한테 좀 시달렸었기 때문에 해보는 생각이기는 하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아주 흥미롭고 훈훈한 영상을 봤다.

https://youtu.be/G5BbxW9NHYI

나는아영 IamAhyoung님의 YouTube

영상을 간략히 설명하면,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를 하며 앞사람이 얼굴도 모르는 뒷사람 커피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한다. 그 후 다음 사람은 그 얘기를 듣고 고마워하며 자신도 뒷사람의 커피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한다. 자기가 원래 낼 비용보다 많이 내는 경우도 있지만 쿨하게 지불하고 선행 릴레이를 이어간다. 북미지역에서는 스타벅스나 마트 등에서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시작한 선행은 다른 사람의 선행을 불러오고 기분 좋은 에너지는 계속 이어진다. 적은 돈이라도 아까워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라, 나로 인해 남이 행복했으면 하는 이타적인 마음은 사랑이다. 타인을 향한 대가 없는 친절은 인류애다. 멀리서 보는 나도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는 인류애 풀충전 영상이었다.


악인에게까지 친절한 건 바보짓이지만, 웬만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존재만으로도 친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응원하고 응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 영상 속 사람들은 잠깐의 친절로 하루종일 행복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좋은 에너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캐나다처럼 스타벅스 릴레이 문화가 퍼지기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좀 쑥스러우려나 싶다. 내가 막상 저 시작을 하라고 하면 솔직히 못할 것 같긴 하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왠지 모를 부끄러움과 함께 조금 유난스러워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라면 왠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의 분위기도 친절의 시작에 힘을 주니까.


내일은 그 마트에 가서 장을 봐야겠다. 집에서 가까운 마트를 두고 굳이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 그곳으로 장보러 가는 것은 티 안나는 응원이다. 그 마트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 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작은 친절이다. 조금 무뚝뚝한 한국식 응원이다.


나의 작은 인류애가 내일 마트에도, 그리고 지금 이 글에서도 조금이나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친절을 서로 주고받다 보면 우리 모두 전보다 더 미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는 남을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커피 한잔을 사는 캐나다식 응원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서로를 향한 응원과 인류애가 유행하는 시대가 오길 꿈꿔본다.








이전 08화 100도가 되어 승화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