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의 비애

2020년 1월 20일

by 알로

모처럼 마음먹고 거금을 등록해 가입한 글쓰기 모임이 작문 못지않게 술자리로 활발한 클럽이라는 걸 알아가는 중이다. 금요일 수업으로 넣은 게 죄였다. 난 평일에도 회식이다 뭐다로 술자리에 가는 일이 잦은 만큼 금요일은 어떻게 서든 건전하게 보내겠다는 의지로 신청한 것. 다른 이들은 평일에 술을 안 마시는 대신 금요일에 열변을 토하며 글쓰기를 마치고 술자리를 갖길 원한다는 거다.


이해는 가지만 글쓰기 모임에 왜 술자리가 필수인지는 모르겠다. 술자리라는 게 친한 사람들끼리 가는 것 아니었던가. 새로 알게 된 사람과 갖는 술자리도 물론 즐겁고 영양가 있지만 나의 경우 파주 막차가 열두 시라 마음이 있다 해도 참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술값 몇만 원에 택시비 3만 원 넘는 돈을 금요일마다 투자하는 건, 나에겐 그리 바람직한 투자가 아니다.


편도선이 붓고 감기 증상이 심해서 저번 주 금요일 수업을 빠졌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벽 두 시 반에 카톡들이 올라온다.


"다들 즐거웠어요"

"혹시 제가 실수했나요? 그랬다면 죄송"

"내일 엔빵 해주세요. 오늘 횟집 너무나 맛있었음!"

"뭐야, 치킨 먹고 회 먹으러 또 간 거예요? 헐 대박"


아... 그냥 글쓰기 모임만으로 친해질 순 없었던 것인가. 아니 글쓰기 모임을 하다 막바지에 술자리 한 번 정도 갖고 그래도 마음이 맞는다면 시즌 끝나고 형 동생 누나 오빠 언니 하면서 가깝게 지내면 안 될까.


3월까지 나의 과제. 고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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