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오키나와는 남국이다. 바닷바람 특유의 짜릿한 소금 냄새. 아우 덥다 하면서 팔을 만지면 꿉꿉한 끈적함이 올라온다. 그래도 좋다. 한국은 영하 16도. 이곳은 그냥 16도. 분명 오늘 새벽 패딩을 입고 나왔는데 이곳에 도착한 지 한 시간 만에 든 생각. 아, 반팔 입고 싶다.
일제강점기 때 동원됐던 조선인의 유골 발굴이 시작됐다. 2차 대전 중 사망자가 매장된 곳으로 추정되는 오키나와 북부 한적한 시골마을의 주차장. 포클레인 작업이 한창인 주차장 맞은편엔 오래된 오키나와식 가택이 있다. 일본 같지만 일본 같지 않은 곳. 역사적으로도 일본 본토에 해당하지 않는 곳, 오키나와.
1945년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지상전이 시작되기 직전, 히코산마루호가 피격됐다. 희생자 14명이 매장됐는데 이중 일본군 군속으로 동원된 한반도 출신이 있다고 추정된다. 주차장 맞은편 오키나와식 가택에 살고 있는 주민은 당시 그 모든 과정을 보고 들었던 증인이다.
인터뷰를 앞두고 그를 찾아간 시민단체와 취재진.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되뇌인다.
"참 이상해. 일본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면 말이야. 사고가 난 지점에 꽃을 놓고 명복을 빌거든. 그게 순서 아닐까. 근데 지금 당신들이 취재하려고 하는 건 교통사고도 아니고 큰 사건이잖아. 배가 침몰한 거잖아. 왜 아무도 히코산마루호가 침몰한 지점부터 갈 생각을 안 하고 나부터 찾아오는 거야? 난 배로 거기에 데려가 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데. 여기 찾아오는 취재진 내가 다 거기 데려가서 이곳이 침몰한 지점이라고 설명해줬어. 제대로 명복을 빌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그런 다음에 인터뷰를 하는 게 맞잖아."
고개를 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