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코로나19 무료검사 100만명분

일본이라는 나라

by 알로

"어머나 별일이야"

아침에 신문을 보던 엄마가 중얼거렸다.


소프트뱅크 손정의가 코로나 100만 명분 검사를 무료로 하겠다며 나섰단다. 삼성이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300억을 긴급 지원했을 때도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영덕연수원에 의료진을 파견했을 때도 우리 국민들은 우와- 했다. 그래, 이럴 때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이 진정한 경제인이지. 대단하고 멋있다.


손정의 뉴스를 들었을 때도 같은 심정이었다. 3년 만에 재개한 트위터 계정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불안을 느끼는 분들에게 유전자 검사 기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싶다'며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거론했다. 우선 100만 명을 목표로 삼겠다며 신청방법은 지금부터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바꿔 해석하면 모든 준비는 이미 끝났고 신청방법만 실현시키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의 큰 그림은 두 시간 만에 사라졌다. 비난여론이 많았던 탓이다. 아마 그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대부분이 "의료기관이 붕괴된다"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더불어 그의 행보에 "독선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일본 내 코로나 19 확진자는 3월 12일 기준으로 1334명. 한국은 13일 기준으로 8086명이다. 그런 한국을 두고 일본은 한국 의료는 무너졌다며 듣도 보도 못한 '붕괴' 프레임을 씌워가며 비판해왔다.


도대체 의료체계의 '붕괴'란 뭘까. 그들이 말하는 붕괴라는 게 비단 '예상할 수 없는 변화로 인한 무너짐'을 뜻하는 걸까. 정해진 룰, 규정된 행동양식 외 그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 문화.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문화. 그런 그들 눈에는 대구와 경북에 확진자가 집중되면서 자택 대기하다 증상이 악화돼 사망하는 사례가 '붕괴된 시스템'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멋모르고 달려간 응급실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응급실은 폐쇄되고 정작 치료가 필요한 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갔던 사례 역시 '응급 시스템의 붕괴' 였겠다.


'당장 우리 옆집에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했던 이웃이 살아 불안해도 검사를 받고 싶지는 않다, 나 같은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병원에 몰리면 중증 환자들이 피해를 보니까.'


그들이 우려하는 목소리대로라면 저런 가치관이 통용된다는 거다. 시간이 흘러 진작 고쳤어야 할 증상이 점점 악화돼 경증이 중증이 된다한들 제때 검사 안 해준 나라 탓은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


언뜻 보면 굉장히 합리적이고 신중하다. 약자를 배려하는 이타적인 삶인 것 같기도 하다. 같은 날 일본에선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이타마시가 관내 유치원과 방과 후 아동 클럽을 대상으로 비축 마스크를 나눠줬는데 조선학교만 제외한 것. '사이타마시의 지도감독 시설에 해당하지 않기에 마스크가 부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지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무상화 교육에서 조선학교만 배제시키는 그 정부에 그 산하기관이 할 법한 행위다. 졸렬한 차별행위의 연장선에 일부 시민들은 크게 항의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조선학교엔 마스크와 휴지, 손 소독제들이 배달됐다. 결국 사이타마시는 조선학교 유치부와 초등학교도 마스크 배포 대상에 추가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나는 왜 이 모든 게 재일교포 이야기로 들리는지 모르겠다. 좀 더 생각을 정리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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