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특별한 결심

가장 평범한 하루

by 알로

오늘은 3월 16일. 3개월 하고도 보름이 지났으니까 이걸 세 번 더 하면 2021년이 된다는 끔찍한 현실. 비슷한 또래인 사람을 만나면 시간 참 빨리 간다는 이야기를 늘 입에 달고 산다. 그거 기억나? 엊그제 같지? 추억을 곱씹는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정작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시간은 빨리 가고,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시간이 빨리 간다는 이야기로 채우고 산다.


그래서 난 머리를 잘랐다. (응?) 하루하루 뭐라도 해야 기억에 남을 거라 여기는 모양이다. 히피펌이란 걸 한지 2주가 겨우 지났지만 무모한 도전 끝에 남은 건 제아무리 드라이기를 들이밀어도 엉켜버리는 머리카락뿐이었고 매일 아침 이걸 어쩌나 이대로 회사를 가야 하나 고민하던 나날. 마음 같아선 숏커트로 댕강 잘라버리고 싶었는데 왜 때문인지 몰라도 자르지 말라는 사람이 주변에 많았고, 난 그걸 또 신경 쓰느라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


미용실 문 들어섰을 때 마음먹었던 것처럼 댕강 잘라내지는 못했다. 손가락 한 뼘 이상의 머리카락들이 잘려나가면 뭔가 내 기분도 후련해질 것 같았는데 기세 좋게 들어가 놓고 머뭇거리는 내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실장님은 후회할 거라며 한사코 말렸다. 그래서 못 이기는 척 상한 부분만 잘라냈다. 그래도 1년 반 정도 기른 머리는 잘려나간 셈이니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생각해보면 대학교 1학년 이후 처음 해보는 긴 머리였다. 길게 늘어뜨린 포니테일을 하고 배드민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였다. C조가 되기 전까진 이 머리 절대 안 자를 거라 선전 포고했다. 그렇게 2년을 기다렸다. 운인지 타이밍인지 뭔지 울며 겨자 먹기로 작년 가을, 가까스로 승급을 해버렸다. 여자는 긴 머리지, 고수하던 남자 친구와 헤어졌고 길게 묶은 머리가 좋다던 엄마도 어쩐 일인지 자르는 게 나을 거라 부추겼다. 그러니 더 이상 이 머리에 고집을 담을 이유가 없었다.


머리를 잘라내고 나니 이렇게 후련할 걸 알았더라면 진작에 잘라냈을걸 후회마저 든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에 들어 기분도 좋다. 예뻐 보이고 싶었고 여자답고 싶었던 건 아무래도 내 취향이 아닌 듯싶다. 가볍고 나다운 모습이 가장 편하다. 무엇보다 아침에 머리 손질하느라 쓰는 시간이 아깝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나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준 차홍룸 실장님께 감사.... 아, 행복해. 봄이 오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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