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알못. 사랑 말고, 사진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 이다. 사진에 대해 쥐뿔도 모르지만, 눈여겨 보는 사진은 있다. 남자들에게 맥심 잡지가 있다면 내게는 그분의 인스타그램이 있다. 보기만 해도 눈이 정화되는 수천 장의 사진들. 몇 번 계정 비활성화를 시도했다가도 유일하게 아쉬움이 남는 계정이 몇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그분 계정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그리고 아버지를, 홍콩 시위를, 전국 곳곳 각종 현장을 담아내는 사진들은 경이로웠다. 나보다 어리지만 훨씬 성숙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처음 본 건 출장지였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누구보다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지만 대포만 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이따금씩 벌어지는 순간들을 담아내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카메라를 내려놓고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문득 그가 무슨 사진을 찍는지 궁금했다. 아마추어로써 사진을 찍는 건지 프로의 시선인지 알아보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 카메라가 담았으면 하는 순간을 어김없이 그는 담아내고 있었으니까.
사람들은 그를 작가님이라고 불렀다. 성은 주 씨였다. 수십 명이 몰려있는 현장이다 보니 누군가 부르는 주 작가가 언뜻 유 작가로 들려 뒤를 돌아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아닌 그라는 걸 확인했다. 동시에 그가 사진작가라는 것도 어렴풋하게 알 수 있었다.
이름이 특이했던 탓에 그리고 구글링이 익숙한 내 직업 덕에 그의 작품을 찾아내는 건 쉬운 일이었다. 혹시나 싶었던 건 역시가 되었고 그날 이후로 팬이 되었다. 분명 내가 갔던 현장이거나 우리 뉴스에서 많이 다뤘던 현장인데 사진이 달랐다. 때론 한 장의 사진이 수많은 말과 글보다 훨씬 큰 걸 담고 있다는, 그런 클리쉐한 표현으론 부족할 정도로 인상 깊은 사진들을 그는 찍어내고 있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건네니 그는 되려 나의 칭찬이 어색한듯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냐 되물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시선이 담겨서. 보도물이 아닌 기록으로써의 가치를 지닌 사진이라서. 사진을 좋아해주는 게 가장 기분 좋은 일이라 했다. 최고의 칭찬이라는 그 말, 격하게 공감했다. 내겐 그게 글이었으니까.
시선이 담긴 글. 시선이 담긴 사진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호불호의 '호'가 지닌 강도가 하늘을 찌른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난 좋았다. 살아있는 자들보다 사라진 자들에게 건네는 시선도, 누구나 눈길을 건넬법한 메인이 아닌 꼭꼭 숨어있어 오래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법한 순간을 조명하는 것도, 다 좋았다. 그래서 생각해뒀던 아이템을 같이 해보자 말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몇 번의 터치로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인스타의 폐해. 눈요기가 될만한 사진과 영상들로 한없이 바라보게 되는 사람들의 피드. 좋아요를 부르는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정작 나와는 무관한 타인의 보여주기 삶에 시간을 소비해버리는 인스타에서 찾아낸 유일한 순기능. 세상엔 이렇게 작품만 보고도 만들어낸 이가 궁금해질 정도로 삶을 멋지게 살아내는 사람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