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예의

난 아닐 줄 알았지

by 알로

사람을 앞에 두고 핸드폰 보는 사람을 거의 경멸 수준에 가깝게 싫어했던 나다. 어떻게 그렇게 예의가 없을 수 있냐고, 비상식적인 거라고 떠들고 다녔다. 그런 행위들이 유일하게 용납되는 건 딱 지금 회사 사람들뿐이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단톡방, 각종 보고,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사건사고. 아이템이 엎어지거나 상사가 부르거나 사건이 터지거나. 어떤 상황에서든 신속하게 달려가는 것에 익숙했던 나날들. 6~7년 전엔 그러고 살았다. 그러니 핸드폰에 시선을 두고 대화하는 것엔 서로가 익숙해져 있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들이라면 이해해줄 거라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그 시절이 지난 지 오래인데, 업무 카톡의 연장선으로 다른 카톡 답장을 보낸다던가. 업무를 방패 삼은 딴짓이랄까. 남자 친구가 군인이라는 이유로 20분씩 통화하고 들어오기라도 하면 애들은 하나같이 (남자 친구의) 안부를 물었다. "잘 지낸대?" 관심 병사되면 큰일 나니까 싸우지 말라며. 경험상 점호 끝날 때까진 전화를 받아줘야 한다며. 내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줬던 거였다. 그래서 정말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 말해온다. 사실은 서운했다고. 만나는 자리에서 전화를 받으러 나가거나 핸드폰에 시선이 가있는 걸 보며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건지 불안했다고. 우리를 만나러 왔는데 핸드폰을 보고 있어서 서운했다고. 그런데 오늘은 모처럼 야근하는데도 일찍 와주고 핸드폰도 안 보고 자리도 안 비워서 너무 좋다고. 이제야 말하는 거라고.


진심으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그랬다니. 정말 몰랐다. 가장 싫어하는 행위를 가장 아끼는 사람들 앞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해왔다는 걸, 이제라도 알게 돼서 이제라도 알려줘서 고맙고 미안했다. 내가 정말 그랬어? 몇 번이고 되묻는 나에게 "언니, 그래도 언니니까 이해했어." "누나, 난 다 이해했지만 누나가 그러긴 했어. 속상한 거 아니지?" 끝까지 다듬고 다듬어진 말로 마음을 표현해준다. 사람에겐 아낌없이 베풀자며 살고 있지만 늘 돌아보면 내가 훨씬 많은 걸 받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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