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일까
오늘 생각지도 못한 연락을 받았다. 글을 잘 봤다며 그동안 눈독 들였다던 그. 이상한 사람인가 싶어 문자를 못 본 척하고 있었더니 전화가 왔다. 딸 또래인 것 같은데 요즘 30대가 이런 생각을 하고 사냐며. 요즘 젊은이들은 힘들겠다며. 이 시국에 힘들 수많은 사람들이 퇴근길에 한 편씩 읽으면 좋을 법한 글들이 많다고 했다. 그리곤 올 가을을 목표로 출판을 해보면 어떻겠냐며 제의해왔다. 순간 오늘 만우절이라는 걸 깨닫고 불안해 질 무렵 회사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스팸문자가 아닐까 구글링도 해봤다. 파주 출판단지에 본사를 둔 그 출판사였다.
코로나로 미팅은 힘들겠지만 괜찮다면 다음 주 평일에 만날 수 없겠냐며 조심스레 물어오던 그분. 마치 기다렸다는 듯 덥석 물면 너무 없어 보일까 뜸을 들였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메일로 정식 제안서가 도착했다. 아, 글쓰기를 매일 한 편씩 꾸준히 하다 보면 이런 날이 정말 오는구나. 그동안 공모전이고 뭐고 다 떨어졌는데 이거 붙으라고 액땜한 거구나. 출판 제의받고도 파토나는 경우가 있다 했으니 조심해야지, 생각하며 제안서를 차근차근 읽어봤다.
제안서엔 그간 내가 페이스북이며 인스타에 써온 글들에 대한 소소한 평들이 가득했다. 가족 그리고 일본 그리고 방송 그리고 일상. 카테고리가 정말 많으니까 차근차근 한 권씩 내봅시다.
그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굳센 다짐을 들으며 이제야 내 인생이 조금은 풀리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며 난 오늘도 잠에서 깼다.
그렇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오늘만큼은 내가 원하는 걸 마음껏 꿈꿔볼 수 있는 날이다. 남의 눈에 피눈물 나는 거짓말 말고, 나도 너도 같이 웃을 수 있는 그런 허황된 꿈 정도는 공유할 수 있는 날.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희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