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아들에게 짜장면을 사주겠다던 젊은 아빠는 예고 없이 세상을 떠났다. 네 살배기는 영문도 모른 채 아빠 어디 갔어? 병원 대기실에 앉은 엄마를 졸랐다. 젊은 아빠는 장기기증자였다. 곧바로 수술을 시작해야 했지만 의사는 사망선고를 할 수 없었다. 그는 장기를 받으러 타 병원에서 달려온 의료진들에게 10분만, 딱 10분만 기다려달라 부탁했다. 5월 5일 오후 11시 50분이었다. 네 살배기 아들이 앞으로 맞이할 어린이날을 아버지 기일로 만들 순 없었다. 그 역시 네 살배기 아들의 아버지였으니까.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내용이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저럴 수도 있구나. 하지만 드라마잖아. 화면 속 벽시계가 5월 6일 자정을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는 사망을 선고한다. 화면 속 모두가 울었다. 화면 밖 나 역시 울고 있었다.
현실은 달랐다. 상주가 입관을 막 마치고 돌아와 정신없는 얼굴로 나를 맞았다. 늘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만 봐온 귀여운 동생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언제나 그렇듯 반짝거리는 눈을 하고 쉴 새 없이 말을 붙여온다. 빨리 오셨네요! 깜짝 놀랐어요! 식사하실래요? 마실 거 드릴까요? 그런 그를 앞에 두고 나는 감히 울 수도 없었다.
그는 20대다. 어린이날을 지나 어버이날을 앞둔 그에겐 잊지 못할 오늘의 날짜처럼. 그 언저리쯤에 걸쳐 있는 스물여덟 살이다. 코로나가 종식될 것처럼 온 세상이 떠들어대던 날씨 좋은 날, 드디어 봄이 왔다며 모두가 설레 하던 날, 그는 아버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