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오는 선물

by 알로

"이맘때쯤 녹색이 가장 예쁜 것 같아요!"


공효진이 유해진과 굴죽도 아침 산책하던 중 뱉은 말이다. 이맘때쯤 녹색의 예쁨이라. 생각해본 적 없는 예쁨이었다. 배우가 뱉은 말에 제작진은 옳다구나 추가 영상을 제작했다. 연한 새싹이 단단한 잎사귀가 되어갈 무렵, 가장 예쁜 녹색을 띤다, 는 자막이 따라붙었다.


삼시 세 끼를 즐겨보는 이유다. 녹색의 아름다움을 아는 배우도, 그 배우가 스치듯 흘린 말을 재탄생시키는 제작진의 센스도 참 예쁘다. 작정하고 웃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없으면 없는 대로'. 명색이 삼시세끼 어촌 편인데, 이틀째 바다로부터 수입이 없다. 게스트로 공효진이 찾았는데 대접할 재료가 마땅치 않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매직펜으로 갈겨쓴 삼시세끼 메뉴엔 차질이 생겼다. 당황한 듯 당황하지 않고 부엌을 뒤져 먹거리를 찾아낸다. 닭장에서 달걀 세 개를 꺼내 계란말이를 만들고 요기거리로 챙겨 온 안주용 소시지를 쑥덕쑥덕 잘라 김치찌개에 넣는다. 밭에서 뽑은 파를 예쁘게 다듬고 전날 먹고 아껴둔 거북손을 얹어 먹음직스러운 파전을 만들어낸다. '우린 원래 계란 안 넣는데 효진이가 왔으니까' 두어 개 달걀을 더 풀어 게스트용 특별식(파전)을 만든다.


없으면 없는 대로. 어쩔 수 없잖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만들어내고 최선은 최고가 된다. 맨날 풀어먹던 달걀도 '게스트니까 특별하다'는 멘트가 더해지니 특별식으로 태어난다.


선배님이지만 익숙지 않은 공효진을 앞에 두고 손호준은 딸꾹질을 한다. 그는 낯을 가린다. 예능인데, 꾸밈없는 그의 수더분함이 그대로 전파를 탄다. 낡은 어구를 보관하는 헛간에 유해진은 아뜰리에 뭐슬, 이란 이름을 붙인다. 천장이 낮은 탓에 177cm 이상은 출입 불가하단다. 차승원은 굳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 괜히 들쑤시고는 마음에 든다며 당장 회원가입을 하겠다고 나선다. 배려다. 배려는 여유에서 나온다. 여유는 내가 잘 보이려는 욕심이 없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아닐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내겐 역대급 프로다. 코로나로 사람도 못 만나고 갈 곳도 없고 마음껏 놀고 쏘다니고 마시지 못하는, 흥 빼면 시체인 나 같은 이들에게 말해주는 듯하다. 안 되면 말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 그 자체로 살만하잖아. 그 정도면 괜찮잖아.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검정치마를 입은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