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갬

by 알로

한차례 장대비가 쏟아지고 하늘이 갰다. 맑게 개인 하늘은 보기 드물게 새파랬다. 거대했던 먹구름이 남기고 간 잔구름들은 정처 없이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휘날릴 때마다 창문엔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춤판을 벌였다.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신 광경이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오늘 햇빛 되게 좋네

그렇지?


책 읽던 아빠가 고개를 들어 올려 창밖을 한 번 본다. 다시 날 본다.


아까 그렇게 비가 왔는데,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지?

그러네. 하늘 너무 예쁘다.

우리네 삶도 그래. 견뎌내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나 지금도 좋아.


라고 말했지만 왜 아빠가 힘내란 말을 건넸는지 알고 있다. 평소에 굳이 내색하진 않지만,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궁금한 것도 많을 아빠다.


이제 직장을 슬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낫지 않겠어?

결혼할 생각 있어? 언제쯤?

요즘 만나는 사람은 있어?

작가 할만해? 괜찮아?


좋은 일이 있을 거야,라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말을 삼켰을지 나는 안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잘 아니까 수많은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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