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승민 May 19. 2020

아빠의 꽃잎

가짐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사람과 시간을 가지는 것에 대해. 엄마에게 작은 선물 하나 살 수 있는 가짐에 대해. 돈을 벌 수 있는 건강함을 가진 것, 능력을 가진 것, 여가시간에 뭘 할지 행복한 고민을 가진 것.


역시나 코로나로 많은 계획들이 틀어지고 있다. 어쩌면 내가 계획한 것에서 틀어진 것뿐 그냥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수도 있겠다. 이 길로 가봐, 이게 더 좋을 수도 있어. 누군가가 방향을 살짝 틀어주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변화무쌍한 일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건 있다. 아빠의 사랑이 그렇다. 며칠 전부터 빌려주고 싶은 책이 있다했다. 어서 달라 하니 머뭇거렸다. 어제 퇴근하고 돌아와 침대에 앉아있는데 아빠가 방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온다. 책을 내민다. 정도상의 <꽃잎처럼>. 아빠는 품었던 꽃잎을 내보이듯 조심스럽게 책을 건네왔다. 앞 페이지를 열어보니 작가의 사인이 있다. 사인을 받은 책을 주려고 며칠을 품었던 거다. 꽃잎을 받아든 내 가슴은 한동안 아렸다. 나도 아빠처럼 예쁘게 사랑을 건넬 수 있을까. 작고 작은, 별 거 아니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그런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의 작은 비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