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

by 알로

친구가 말했다.

"고마워!!!! ㅎㅎㅎㅎ 와... 나 미소 지으며 잠든다 덕분에"


그는 편집자다. 책을 썼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 섭외를 하고 출판에 이르기까지 작가를 어르고 달래 작품을 탄생시키는 직업이다. 우연히 그가 SNS에 올린 작가의 친필 사진에 수고 많았다고 한 마디 얹었을 뿐인데 그는 저리도 기뻐했다. 그가 책을 출판할 때마다 읽어보라며 건네줬던 책을 나는 얼마나 등한시했었나.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에 얼마나 인색했던가 돌아보는 오늘이다.


작가 선배가 술자리에서 꺼냈던 일화가 있다. 방송에 나가는 멘트를 읽고 연락이 왔단다.

"오늘 원고는 작가님이 쓴 거죠? 잘 보았습니다."

별 거 아닌 듯한 한 마디지만 선배는 큰 위로를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 선 인물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걸 그걸 기억해내기란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휴대폰을 꺼내 수고했다, 는 한 마디를 건네는 것에 그 수많은 이들 중 한 명은 살아가는 의미를 찾기도 한다.


오늘 온라인 강연을 하고 왔다. 나에겐 무대공포증이 있다. 긴장을 많이 한다. 지난해 소셜라이브에 출연했을 때도 일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로특강을 하고 왔을 때도 남는 건 후회뿐이었다. 대상에게 꼭 전달해야하는 말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질지 (바꿔말하면 잘보이려고) 의식했던 탓이 컸다. 욕심이 앞서는 순간 폭망한다는 걸 경험하고나니 강연시간이 다가올수록 손에 식은땀이 났다.


결과적으로 내 긴장감을 풀어준 건 사회자였다. 앞서 주최측 관계자분들로부터 '편하게 하세요. 긴장되면 옆에 사회자랑 말도 섞어주시고." 들었던 조언을 적극 활용했다. 마가 생긴다 싶으면 사회자를 쳐다봤다. 그때마다 방긋방긋 웃으며 나와 눈을 마주쳐준다. 그녀와 눈길이 닿을 때마다 긴장감이 사라졌다. 줌(ZOOM)을 처음 사용해보는 탓에 서투른 티가 났을 때도, 생각보다 준비해온 내용이 빨리 끝나버려 0.1초 머릿속에 정적이 흘렀을 때도, 쏟아지는 댓글창 질문들에 버벅거리며 말문을 열었을 때도 구제해준 건 그녀였다.


강연이 끝나고 친구와 간단하게 밥을 먹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열쇠를 들고 나갔는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서버분께 눈짓으로 도와달라 표현하니 생글생글웃으며 다가온다. 내 옆에 서서 열심히 화장실 문을 열고 있는 그녀의 몸에선 땀내음이 났다. 구수하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시간은 그녀의 땀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거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들이 빛나는 세상은 아름답다. 그 자리엔 책임감이 따르고 구설수도 따른다. 노동의 대가인만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보이지 않는 곳에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있다는 걸. 한 사람의 힘은 위대하지만, 결코 한 사람만의 노력은 아니라는 걸. 그들이 있기에 완전체가 된다는 걸. 진부하지만 잊지 말아야한다는 걸 깨달으며 조금 더 구석구석에 시선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다짐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말, 말,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