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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승민 Jun 14. 2020

오징어잡이 배들이 돌아온다

일출 보러 나온 바닷가에서

파도는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그럴 땐 순응해야 한단다.


바다가 내 맘처럼 파도타기 적당하게 움직여주는 건 일 년 중 몇 달 안 된다. 나같은 초보자에겐 몇 일도 안 된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제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걸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서핑은 바다에 순응해야 하는 스포츠다.

실력 그 이상의 운을 타야 바다에 나갈 수 있다.

인간은 한결같이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똑같은 코트에서 똑같은 셔틀콕을 가지고

똑같은 시간 내 주어지는 스포츠들과 서핑은 달랐다. 서핑에 매력을 느낀 건 그러한 이유였다.


해안가에서 행락객들이 주섬주섬 들고 나온

마트용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던 순간에도

저 멀리 암흑 같은 먼바다엔

오징어잡이 배들이 여러척 떠있었다.


밤새워 올려낸 그날의 수확을 싣고

동이 틀 무렵 배들은 항구로 돌아왔다.


동해까지 왔으니 일출 한 번 보겠다고 나온

새벽 다섯 시의 바다는

어김없이 하루를 맞이하고 있었다.

모처럼 평온하게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에서

배들은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은

순응하는 삶에 적응되어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코로나로 고작 몇 주, 몇 달 지속되는 집콕 생활에 무료함과 짜증을 반복하며 저항하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고 나니

자연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다는 건

참으로 고귀한 행위라고 여겨졌다.

당연한 것들에 좀 더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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