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용 컵이 바뀌어져 있다던가.
세안용으로 쓰는 물이 채워져 있다던가.
두 개짜리 콘센트가 멀티콘센트로 교체됐다던가.
비 오는 날 퇴근하고 돌아오면 방 창문이 닫혀있다던가.
방 안에 전자모기향이 피워져 있다던가.
이따 치워야지, 하고 잠시 놔둔 요구르트병이 깨끗하게 정리돼있다던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던 화장실 문 앞 매트가 고실고실하게 말라있다던가.
다 먹어버린 사과주스가 냉장고에 새로 채워졌다던가.
엄마의 마음 씀씀이는 집안 구석구석 내 동선마다 꼭꼭 숨어있다. 나는 무딘 성격이란 핑계로 곧잘 놓친다. 같은 장소에 여러 번 눈길을 줘놓고도 못 알아차린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을 땐 더 그렇다. 가장 정신이 맑은 건 잠자기 직전 양치질할 때인데, 그제야 비로소 작고 작은 변화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고맙다는 말을 건네기엔 이미 늦은 시간. 엄마는 꿈나라에 계신 시간. 아침에 일어나면 다 까먹는다. 늘 그렇다. 고맙다는 말은 때를 놓치면 다시 기억해내고 행동으로 꺼내기까지 쉽지 않다.
아버지는 요즘 출근하는 나에게
"오늘도 코로나랑 잘 싸우고 와"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는 "싸우긴 뭘 싸워" 한다. 아버지 눈엔 코로나 전쟁터로 내몰리는 딸이 안쓰러운가 보다. 엄마 눈엔 그 어떤 전쟁터에서도 잘 버틸 거란 믿음이 보이나 보다. 조금만 생각이 많으면 놓치고 흘리고 스치는 사랑들. 엄마 아버지의 사랑은 늘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