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레슨으로 수비 자세를 배우고 있다. 상대방이 공격하는 공을 받아내는 연습인데 대부분은 빠른 스피드로 내리 꽂히는 스매시다. 공을 잘 받아쳐야 한다는 생각에 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결국 제대로 받은 공이 하나도 없다.
"공을 매번 잘 치려는 부담감을 버려보세요. 그냥 네트만 넘기자, 는 생각으로 대충 치세요. 다음 볼을 잘 치면 돼요. 잘 치려면 자세가 안정적이어야 하거든요. 대충 넘기고 자세를 딱 잡은 다음에 다음 볼을 기다리는 거예요. 나는 다음 볼을 잘 치겠다, 그 생각이면 충분해요. 내가 잘 칠 준비가 됐을 때 잘 치면 되는 거예요. 절대 모든 공을 잘 치려고 하면 안 돼요. 잘 칠 수도 없고요. 선수도 마찬가지예요."
코치님의 눈은 예리했다. 모르고 있던 사실이다. 모든 볼을 잘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매번 날아오는 공마다 자세를 제대로 잡을 여유가 있을 리 만무했다. 코치님이 말한 대로 해보니 공을 그냥 넘기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충' 치라는 말은 결국 다음 볼을 위한 준비를 의미한 것이었다.
사실 방송할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대부분은 노력한 것 이상으로 호평을 받은 결과물, 그다음 작업에 접어들 때였다. 전작을 능가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부담감이 올라오는 타이밍이다. 그때도 선배는 그랬다.
"어떻게 매번 홈런을 치니. 롱런을 하는 게 홈런 치는 것보다 중요하기도 해. 다섯 번 중에 한 번 나와도 잘하는 거야. 쉽게 가라는 말은 아니지만, 매번 죽을 둥 살 둥 만들 순 없는 거야. 이건 한방이다 싶을 때 에너지를 쏟기 위해서는 힘을 비축해둬야 하지 않겠어?"
강약 조절이라고 이름을 붙여보겠다. 이어나가는 게 중요할 뿐 매번 강, 강, 강을 때릴 순 없다. 그저 꾸준히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게 훨씬 중요할 수도 있다. 새벽 기상 습관을 기르겠다며 알람시계를 맞춰놓고 매일 잘 일어나다 하루 늦잠 잤다고 해서 의기소침해할 필요는 없다. 다이어트를 하는 기간에 어쩌다 식욕을 참지 못해 과식하였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걸 해내면 된다. 지나간 일을 바라보며 자괴감에 빠지는 대신 다음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금은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일도, 운동도, 사랑도,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