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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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똥승민 새해 인사도 없고 나 까인 거야?'
새해 문자를 드렸는데 어쩐지 답이 없다 했다. 못 보신 모양이라 전화 걸어 해명하니 미안해하던 언니. 난 좀 기뻤다. 새해 인사 없다고 서운해한다. 삭이고 지나갈 법도 한데 내색해준다. 나라면 그런 용기 못 냈을 거다. 알기 쉬워 좋은 사람. 더 좋아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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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졸지에 배드민턴 레슨 총무를 맡게 됐다. 다른 클럽으로 옮길까 말까 수백 번을 고민했는데... 덕분에 해결. 배드민턴은 가급적 줄이려고 했는데... 주 3회 필참. 인생이란. 이 맛에 산다. 막상 맡고 나니 이상하게 설렌다. 올해는 대단히 재밌을 것 같은 예감. 이참에 봉사도 하고 승급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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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년 토론 둘째 날 스튜디오를 찾았다. 언제 볼지 모르는 생방 두 눈으로 보고 싶어서, 선배들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어서, 라는 이유를 둘러댔지만 사실 내가 못 견디겠어서 갔다. 거기라도 안 가면 그날 잠이 안 올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집에 오는 길 택시가 안 잡힌 덕분에 만보를 걸었고 오자마자 뻗었으니 성공. 이 막막함이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테고. 밀착은 여태껏 그래왔듯 다음 주도 나갈 거고.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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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래간만에 주말 데이트. 초반엔 환복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 떨더니 이제는 이것저것 달린 게 많다며 (아는 사람은 아는 그것) 무겁다고 난리. 고개를 빠빳이 치켜들지 않나. 당당하다 못해 팔자걸음에 가까운 걸음걸이 스킬을 시전 한다. 참 재밌는 친구다.
5. 작년 가을부터 2달 동안 금주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실패. 60일 동안 총 네 번의 술자리를 가졌다. 세 번은 맥주 한 번은 소주. 그 한 번의 소주 마신 술자리가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몸이 반응하는 거다. '야, 주인. 나 이제 이거 못해. 나 자신 없다. 경고했다.' 다음날 일어나 몸에게 사과했다. 여기서 사과란 물 떠놓고 하는 기도가 아니라 상쾌한 두 봉지+헛개차를 마셨단 소리. 어쨌거나 역시나 술에 쩔 느낌을 다음 날까지 가져간다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걸 술에 쩔어지냈을 땐 몰랐는데, 절주해보니 알게 된다. 사람의 몸이란 역시나 정직한 것.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장기적으론 좋은 시도였다. 축하한다. 이제 애주가에서 벗어나보자.
6. 변화무쌍한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모순이었다. 난 여행을 떠날 때 엑셀표에 모든 일정을 다 적어넣고 들어간 경비까지 날짜별로 기록해두는 타입이 아니다. 가고싶은 곳 한 곳을 정해두고 예상되는 경비를 손에 쥐고 정처없이 떠난다. 벌어지는 모든 변화에 반응하는 걸 좋아한다. 길을 잃으면 잃은 곳에서 헤매며 만나는 색다름을 반긴다. 물론 언제나 웃을 수 있는 일만 생기는 건 아니다. 블로그에 나온 맛집보다 내 구미가 당기는 로컬 식당을 찾아간다.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도 그 버릇을 못고치는 걸 보면 아직까진 그쪽이 편한가보다. 변화무쌍함은 활기를 안겨준다. 아마 올해도 예상하지 못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내게 달려들겠지. 좀 더 의연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