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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커피의 달달한 향이 감도는 아주 이른 아침이다. 이 시간에 깨어있는 집사를 보니 고양이들이 신이 났다. 지들끼리 뒹굴거리며 거실과 부엌을 놀이터 삼아 우다다를 한다.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온 세상에 내려앉았다. 건너편 아파트 창에 하나둘 불이 켜진다.
어릴 적 일요일마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새벽에 일어났다. 버스로 서너 정거장쯤 되는 거리를 걸어가면 놀이터가 나타난다. 30분 정도 그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아무도 모르게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그네가 특별했냐고. 아니 우리 동네에도 있었고 대구에 살던 동네에도 있었던 흔하디 흔한 그런 그네다. 어느 날은 같이 자던 동생이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일어나 있었다. 나는 10살, 동생은 7살. 동생의 손을 잡고 걷고 걸어서 그네에 도착했다. 동생은 언니가 일요일마다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도 불평 없이 나란히 그네를 탔다. 그 후로도 동생은 무해하지만 무익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나를 종종 따라나셨다.
나도 갈래!
그래.
어쩌면 이 시간에 끄적이는 것 또한 무해하고 무익한 일의 연장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땐 무슨 생각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도망을 간 게 아닐까 싶다. 한 주간 이리저리 치였던 마음을 잊어 버리러…
추슬러야 하는 마음, 불안한 마음을 이렇게 모아 보내고 나면 다음 주는 살랑살랑 보낼 수 있겠지.
날이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