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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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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Oct 14. 2019

달리는 마음. 아침해

2019. 10. 13. 일. 오전 11시.

새절-> 합정. 7.01km. 7' 21''/km

맑음. 18도. 바람 1~2m/s. 미세먼지 좋음.



정 씨와 박 씨는 오늘 핑크 마라톤에 참가했다. 대회가 끝난 뒤 합정동에 있는 단골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카페까지 달려가기로 했다.

*

볕이 쨍했다. 눈을 다 뜰 수 없어 반쯤 감은 상태로 뛰었다. 따뜻한 빛이 얼굴을 덮었다. 기분이 좋았다. 초반에는. 그리고 곧 힘들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몸이 덜 풀린 상태였다. 달리기할 때 들으려고 만든 플레이리스트의 빠른 비트가 버거워서 느리고 부드러운 음악으로 바꾸었다. 목록의 순서를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달리는 흐름에 맞춰 느린 음악에서 시작해서 점점 빠르게. 그런데 러닝용 음악은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쉽게 질려서(그래도 알람용 음악보단 덜 싫어진다) 그냥 그때그때 몸의 리듬에 맞춰 음악이 알아서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왼쪽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 아. 볕이 강하구나. 그러고 보니 모자를 쓰고 나오지 않았다. 오전에 뛰는 건 오랜만이었다. 날씨는 매우 좋았으나 오전 11시가 넘으니 달리기엔 조금 더웠다. 어제 뭐 먹었나, 무거운 내 몸을 미워하고 있었는데 더워서 힘든 거였나 보다. 페이스는 7분대로 좋은 편이었다. 다리가 나타나면 그림자 속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천천히 뛰거나 걸었다. 달리는 중간에 걸으면 다시 뛸 때 더 힘들어서 걷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불광천이 끝나갈 때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3~4킬로 정도 뛰니 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홍제천으로 꺾어서 조금만 더 가면 한강이 나온다. 한강에 접어들어 망원지구를 지날 때 볕이 이번엔 얼굴 오른쪽을 강타했지만, 티 없는 하늘 아래 물결 위에 반짝이는 햇빛을 보니 뛰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침해가 빛나는 끝이 없는 바닷가, 맑은 공기 마시며 자아 신나게 달려보자*, 같은 기분으로. 서울함을 지나 나무 사이 그늘이 진 길이 있어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목표지점까지 달렸다.

달리고 나면 처음의 힘들었던 마음은 깨끗이 사라지고 없다. 다음에 또 뛰고 싶은 마음만 남고.

*

12시쯤 정 씨와 박 씨를 카페에서 만났다. 그동안의 연습 덕분인지 날씨 덕인지 둘은 오늘 마라톤에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했다. 오늘도 달리고 나서 근력을 키우자는 얘기를 서로 했다. 단골 카페 사장님이 삶아 주신 햇밤과 햇고구마가 정말 맛있었다.

*

카페에서 나와 오늘까지 전시인 Jesus Cisneros 그림 전시를 봤다. 지난번에 이어 달리기하는 날 그림책 전시를 본다. 전시를 보고 가까운 정 씨네 집으로 가서 정 씨가 해준 요리를 먹었다. 텃밭 상자에서 딴 바질로 만든 파스타와 버터콩이 들어간 샐러드. 사과와 사과대추.  

*

오늘 달리면서 좋았던 음악 (의외로 요즘 노래)

후디 - M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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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왕 통키> 주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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