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련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RI Oct 23. 2019

두 번째 핑크런. 파나마커피와 파나마러닝클럽을 생각하며

2019.10.13. / 10.01k

봄과 가을에 한 번 씩은 10k 마라톤에 참여하고 있다. 2년 전 달리기를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고 바로 달렸던 서울신문 새해 떡국 마라톤을 시작으로, 달리기 좋은 계절에 한 번 씩 10k씩 뛰어주는 것이다. 핑크런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데, 유방암 캠페인으로 아모레퍼시픽에서 진행한 지 올 해가 벌써 20년이라고 한다. 이 마라톤은 참가비도 저렴하고 내가 낸 참가비가 모두 유방암 환자들에게 기부된다고 해서 앞으로도 일정만 가능하다면 쭉 뛰어보고 싶다.


작년엔 4명이서 이 핑크런을 뛰었다. 이소와 주인, 그리고 광주에 사는 김미와 함께 여의도를 10k 달리고 단골 카페에 들러 파나마 커피를 마셨다. 그때 우리는 ‘파나마 러닝 클럽’이라는 작은 러닝 클럽의 이름으로 달렸다. 달리기 이력이 제일 오래되신 카페 사장님과 알바하시던 은 작가님, 함께 달린 적은 없지만 초기 멤버였던 최 작가님, 그리고 우리들이 멤버였는데 각자 알아서 달리고 나이키 런클럽에 인증을 올리면 되는 느슨한 모임이었다. 몇몇이 모여 달리기도 하고 혼자 달리기도 하고. 파나마 러닝 클럽 이러는 이름은 맛있는 파나마 커피에서 따왔다. 파나마 커피는 숙성을 해서 먹어야 더 맛있는 특징이 있는데 달리기하고 나서 먹는 파나마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작년 핑크런 마라톤이 끝나고선 달리고 나서 기념으로 파나마 커피를 마셨고, 그 날 햇살은 따사로웠던 기억이 난다. 그 날 이후로 파나마 커피는 곧 단종되어 그 날 마신 파나마가 마지막 파나마 커피가 되었다. 카페에서 파나마가 단종되자 파나마 러닝 클럽도 약간은 시들해져 버린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각자의 속도대로 달리고 있다.


올해 핑크런을 뛰는 날은 온도와 날씨가 딱 적당해 보였다. 여의도역에 나가 여의도공원까지 걸어가는 길은 아직 공기가 차게 느껴졌지만, 곧 달리기를 시작하면 많이 덥지도 않고 맑은 공기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달리다 보니 시야가 정말 멀리까지 탁 트여서 저 멀리 북한산 자락도 보였다. 빌딩 사이로는 남산타워까지 보이는 게 아닌가. 여의도 반 바퀴를 뛰며, 한강도 보고 북한산도 보고 국회의사당도 보고 남산타워도 보이는 풍경들이 좋았다. 맑고 카랑한 공기 덕분인지, 아니면 연습을 몇 번 했던 덕분인지 걷지 않고 달리는 데도 지치지 않았다. 주인도 옆에서 계속 같이 뛰며 달리며 보이는 풍경을 즐겼다.

10k를 뛰다 보면 고비는 7k쯤 찾아온다. 이 정도 거리까지 장거리 연습을 자주 하지는 않는 편이고, 5k가 지났는데도 아직 뛰어야 할 거리가 3k나 남았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남은 거리가 너무 길어 보인다. 주인과도 딱 그때쯤 힘들다는 얘기를 잠깐 나누었는데, 노래 6개만 들으면 끝난다고 얘기해 주었다. 오늘따라 달리기 노래 리스트에서 방탄 노래를 연달아 틀어주었는데, 템포가 발걸음이랑 딱딱 맞아 아주 신났다. 이런 흐름으로 노래 6개만 더 들으면 마라톤 끝이 보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짧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1k당 7분 초반대의 페이스이다 보니, 노래 두 개 정도 들으면 1k를 뛰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1k는 이제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지쳤던 다리에 좀 더 힘을 주어 달리게 되기도 한다. 눈앞에 피니쉬 라인이 보이면 마지막 힘을 끌어모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페이스도 6분 후반대가 나오는 것 같다 보니 그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어 진다. 피니쉬 라인을 지날 때 위를 보니 아직 1시간 10분이 지나지 않았다. 오늘은 10k 기록도 깰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통과하고 보니 나이키 러닝 앱에선 아직 10k가 안 지난 것으로 나와서 마지막 200m 정도를 좀 더 걷다 살짝 뛰었다.


조금은 가볍게 마라톤을 마치고 나니 단골 카페로 가 함께 마라톤을 뛰지 못했지만 불광천을 달려오고 있는 이소와 만날 힘도 난다. 애정 하는 카푸치노를 마시고, 사장님이 챙겨주신 밤, 무려 깎은 삶은 밤과 고구마를 먹고 10월의 햇빛을 듬뿍 받으며 휴식 시간을 가졌다. 에너지 충전하고 전시까지 보고, 바질 페스토 파스타를 해 먹고, 방탄 영상을 보며 빛 좋고 공기 좋았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야-호’가 절로 나오는 하루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리는 마음. 아침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