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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Sep 22. 2017

자궁 근종 정기 검진을 다녀와서

지난봄을 지나 이번 수요일, 근종 정기 검진을 위해 다시금 서울을 방문했다. 6개월 즈음이 지났고 그 사이 계절이 바뀌었다. 나의 혹은 어떤 여름을 보냈을까. 



7.3cm에서 7.6cm

아산병원에서 봄에 측정한 근종의 크기는 7.3cm였다. 그리고 이번에 측정한 근종의 크기는 7.6cm다. 일전에 설명한 바와 같이 초음파로 근종을 잴 때에는 '같은 사람이 같은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측정 크기는 매번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음파 담당 선생님도, 진료 담당 선생님도 크기에 큰 변화는 없다며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그러니 지속적인 추적 검사를 담당 선생님은 추천해주셨다. 





임신 시도를 먼저 하세요. 

담당 선생님은 지금 근종의 크기 변화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언제 급변할지 모른다며 '임신 시도'를 하길 권했다. 근종의 위치와 종류가 임신을 하더라도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연 임신 가능성이 높으며 수술을 원한다면 임신 시도가 지속적으로 실패할 때 고려하자고 권하셨다. 기본적으론 몸에 칼을 대지 않는 게 좋다고 하셨다.





로봇 수술, 혹은 개복 수술

남편과 나는 이번 검사에서 근종의 크기가 드라마틱하게 변할 경우 수술을 고려하기로 했었다. 다행히도 근종의 크기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2년 뒤에 아이를 갖기로 한 우리의 계획이 불확실해 보였다. 만약 계획했던 시간 사이에 근종의 크기가 갑자기 커지거나 아이가 안 생기면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기간을 포함하여 1년의 시간이 더 미뤄지게 된다. 남편 나이 40살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그렇다고 너무 무책임하게 아이를 갖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수술 예약을 먼저 잡고 내년 1월에 있을 다음 정기 검진까지 더욱 고민한 다음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받고자 한다면 개복 수술과 로봇 복강경 수술을 권해주셨다. 


기혼이고 출산 전이기 때문에 개복 수술을 권해주셨다. 어차피 근종 제거 수술을 받은 이후에는 제왕절개로 출산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개복 수술로 생기는 상처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 시에도 개복 수술을 받은 자리를 절제하기 때문에 상처에 다시 상처를 내는 개념이라 이해하면 좋다.


만약 상처가 부담스럽거나 수술비를 커버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로봇 근종 제거술을 추천하셨다. 기존 복강경과 달리 관절이 있는 로봇을 조종해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 복강경보다 안정적이다. 회복 기간도 개복보다 다소 빠르다. 


나와 남편의 선택은 현재까진 80% 로봇 복강경 수술로 기울었다. 로봇 복강경 수술을 내년 3월에 잡아놓은 상태다. 





우리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 

자궁 근종을 홀로 극복해보겠다 다짐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와 남편은 로봇 복강경 수술을 예약했다. 아직 수술을 받을지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자궁 근종을 스스로 극복해보자는 나의 도전은 '출산'이란 계획 앞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기쁘다.


그 날, 나와 남편은 근종을 관리하기 위해 시도했던 일련의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었다. 2017년 3월에 3곳의 병원에서 각각 7cm, 7.3cm, 7.8cm 크기의 근종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9월에는 근종의 크기가 7.6cm로 큰 변화 없이 오차 범위 내다.


알코올과 카페인, 설탕이 가득 들어간 탄산음료, 가공 식품, 고기, 유제품 등을 먹지 않고 건강하게 먹기 위해 노력하며 세제와 샴푸를 바꾸고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던 일련의 시도들. 자궁 근종은 식재료를 하나 사더라도 성분을 보는 습관을 가지게 만들었고 내 몸을 돌보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했다. 우스갯소리로 안 바꿨으면 그냥 살 텐데 한번 바꾸고 나니 세상 사는 방법과 시선이 변했다. 



앞으로의 계획


1. 내년 1월 정기 검진을 실시한 후 근종의 상태 파악

2. 수술 스케줄을 취소와 변경이 가능하니 충분히 고려한 후 결정 예정

3. 수술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 진행하는 식습관, 생활 습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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