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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Sep 19. 2017

바람이 차가워지니까 생각나는.

자궁 근종 환자의 식탁: 버섯 육개장

아침저녁으로 창문을 열면 여름의 끝물이라기 보단 가을이 왔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머리보다 피부가 계절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린다. 


채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남편의 아침과 점심을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 옆에서 건네주지 않으면 하루 종일 안 먹고도 살아가는 남자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때, 쓸쓸해진 바람에 국물 요리가 생각났다. 역시 한 솥 가득 끓여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육개장이야 말로 이 시기에 어울리는 음식이며 남편도 간단하게 차려 먹기 좋을 것 같았다. 



재료


건데기 : 표고 버섯, 느타리 버섯, 숙주나물, 무, 파 두 대

양념 : 고춧가루, 다진 마늘, 다진 고추, 국간장, 멸치 액젓(생략 가능), 소금, 후추, 설탕

육수:  육수용 건새우, 양파껍질, 다시마 (모든 육수 재료는 선택적으로 추가, 생략 가능)

식용유(카놀라유 사용)


냉장고에 있는 재료에 몇 가지만 추가하면 쉽게 채식 육개장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등 다양한 버섯을 넣은 육개장은 소고기를 넣은 육개장만큼 맛이 깊고 식감도 쫀득하다. 


먼저 무와 파의 흰 부분을 기름에 볶아 파 기름을 낸다. 2-3분 정도가 지나고 파 향이 올라오면 불을 낮춰 물을 4L 채워준다. 그리고 건새우, 양파껍질, 다시마를 넣어 육수를 우려낸다. 

고춧가루 5스푼, 다진 마늘 2스푼, 국간장 4스푼, 다진 고추 1.5스푼으로 양념장을 만든다. 설탕은 반스푼 정도 넣어준다. 손질한 버섯과 숙주나물에 그 양념장에 섞어 양념이 베이도록 조물 조물 한다. 야채의 양은 따로 계량하지 않았지만 각각 2-3 주먹은 넣어야 푸짐한 육개장을 만들 수 있다. 그 날 아침따라 시장에 고사리와 토란대를 팔지 않아 아쉽게도 넣지 못했다.


육수가 어느 정도 우려 졌다면 양념장에 무쳐둔 야채 건더기를 냄비에 넣는다. 그리고 불을 낮춰 야채에 스며든 양념이 국물에 넉넉히 베이도록 오랜 시간 끓인다. 10분 정도 지나서 간을 보니 싱거웠다. 그래서 멸치 액젓과 간장을 각각 2스푼, 1스푼을 더 넣었고 소금, 후추를 약간씩 뿌렸다. 그리곤 파의 푸른 부분을 듬성듬성 잘라 넣었다. 

고기를 사용하지 않으니 조리시간은 당연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약 10분간 더 끓여 간단하게 버섯 육개장을 완성했다. 

밥솥에서 뜨끈한 밥을 한 그릇 꺼내고 펄펄 끓인 버섯 육개장을 내어 남편과 간단하게 한 그릇 말아먹었다. 짭조름한 국물에 마늘과 무, 파의 시원한 맛이 더해져 개운하다. 버섯과 숙주나물을 젓가락을 건져 올려 먹으니 쫄깃하고 아삭한 식감에 기분이 좋다. 속이 따뜻하고 든든해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니 한 동안 끼니를 못 챙겨줬다는 미안함이 조금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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