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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ibroidiary

행동하는 데로 살았더니 몸도 마음도 무겁다.

by 룡이

자궁 근종 정기 검진을 다녀온 지 두 달 즈음이다. 한 달이 좀 넘는 기간 전인 8월부터는 채식 빵집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다. 9월 중순에는 다음 검진 날자와 함께 로봇 수술 날짜도 함께 잡았다.


그렇게 나의 여름은 아르바이트와 수술 생각으로 가득 찼었다.


그 사이 일주일에 3일 이상 다니던 수영을 그만두었다. 그 후에는 딱히 운동이라곤 안 했다. 검진을 다녀온 후에는 자궁에 붙어 있는 작은 혹을 떼어낸단 생각에 괜스레 마음이 평온해졌다. 마음만 평온했을까? 몸에 좋은 음식을 '중점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의식의 싸움을 끝낸 듯 무의식대로 음식들이 식탁 위에 차려졌다.


운동을 안 하고 식습관이 예전으로 돌아와 버린 날들.

생각이 사라지고 행동만이 남으니 예전의 식습관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난파선처럼 드러났다.



이 정도에 살이 찌겠어?

떡볶이, 삼겹살, 와인, 아이스크림 등 기름지고 달고 짠 것들이 입 속으로 들어가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식습관을 조절하던 1년간은 돼지고기, 소고기 같은 붉은 육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다. 6개월 만에 만난 친구들 모임을 제외하고는 김밥에 들어있는 햄도 빼서 먹었었다.

결국 남편이 '요즘 살쪘어. 식습관 조절 안 해?'라고 보내는 경고의 말을 흘려버리고 '어차피 수술할 거구 뭐 이 정도에 살이 찌겠어?'라며 '스스로와 과도한 타협'을 했다.

몸무게는 자그마치 4kg이 쪘고 앞자리 숫자가 바뀔 뻔했다.




난 더 이상 20살의 내가 아니다.

20살에는 하루에 3끼를 든든하게 술까지 마시는 생활을 일주일에 7일간 해도 살이 찌지 않았다. 살이 찐다 해도 조금만 열심히 움직이면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29살의 난 여전히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좋을 때였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20살에 비해 29살의 나는 BMR은 약 2-3% 줄었다. 체지방 체중계로 측정한 근육량도 예전에 비해 줄었으니 내 몸이 필요한 에너지도 소비되는 에너지도 줄어버렸다. 겨우 2%의 기초대사량과 근육량의 변화뿐인데 살이 그만큼 찌는 게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말이 된다'는 사실을 내 몸이 증명한다. 기분 나쁘게.




자궁 근종이 문제가 아니다.

자궁 근종 환자라면 비만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몇 개월간 초과된 칼로리가 몸에 축적되는 것을 방관했다. 이 때문에 배가 나오고 속이 더부룩하며 화장실 가는 것도 불편할 때가 많았다. 무엇보다 몸도 마음도 무거워졌다. 자궁 근종이 문제가 아니라 내 몸이 급격히 불편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자궁 근종을 떠나 건강을 위해서라도 2주 전부터 수영과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식습관을 의식적으로 고치고 있다. 푸른 채소와 건강한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며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하려 노력 중이다. 그래서 오늘 했던 운동의 종류와 시간을 기록해 소비 칼로리를 예상하고 먹었던 음식의 칼로리가 적정선을 넘지 않았는지 매일 체크하고 있다. 생각 없이 행동하던 2-3개월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으니 요즘 말로 '닥치고 근성'이다.


참말로 일하다 보면 힘이 없다. 몸에 축적된 지방을 빼고 근육량을 늘이려니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진즉에 '생각하면서 살걸.'하고 '행동만 하고 살던' 2-3개월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진즉에 '생각하면서 살걸.'하고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출처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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