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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이 Oct 24. 2017

집에서 만드는 고구마 말랭이

자궁 근종 환자의 식탁: 고구마 말랭이

서울에 사는 언니가 호박 고구마 한 박스를 보내줬다. 도시 농부를 꿈꾸며 임대한 작은 텃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는 계량 농법으로 수확한 고구마에 비해 크기도 들쑥날쑥했고 모양도 늘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못생김이 오히려 좋다. 인의적인 방법 없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성장한 고구마란 의미니까. 


호박 고구마라 삶아만 먹어도 맛있지만 크기가 심하게 크거나 아주 잘게 작은 고구마를 모아 말랭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말랭이는 아무 생각 없이 주서 먹기엔 좋은 간식거리 인 데다 시중에서 구매하려면 적지 않은 돈을 줘야 하기에 나름 귀한 간식이다.



재료

고구마


먼저 고구마는 깨끗하게 씻어 껍질을 벗긴 후 삶는다. 껍질 채 말랭이를 만들어도 된다지만 껍질이 없는 쪽이 부드럽기 때문에 먹기 편하다. 고구마 말랭이는 너무 푹 찌면 안 된다. 15분 정도 삶아 쇠젓가락이 '뻑뻑하게' 꽂힐 만큼만 덜 익혀 찐다. 문제는 너무 뻑뻑하게 꽂혀도 안된다. 그건 너무 덜 익었다는 말이니까. 이렇게 덜 익은 고구마를 사용해야 원하는 크기로 말랭이를 만들기 용이하고 부스러기도 생기지 않는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말랭이는 식품 건조기에 가지런히 올려둔다. 가장 낮은 온도에서 하루 밤 사이, 약 10시간을 천천히 말려주면 끝난다. 서서히 고구마가 말라 꾸덕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면 마치 마법 같다.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빠른 재생 화면으로 보여주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고구마의 두께나 익힘 정도에 따라 말랭이 식감은 서로 다르다. 공장에서 만드는 획일적인 고구마 말랭이보다 허술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서로 다른 식감 때문에 오히려 먹는 재미가 있다. 마치 고구마와 대화한다 것 같다. '너는 더 쫀득한 아이구나. 맛있게 먹을게'라던지 '좀 많이 말려졌구나. 너는 좀 질기다.'라던지 말이다. 

올해 첫 고구마 말랭이는 언니와 남동생에게 보내려 한다. 그들도 우유 한 컵 가져다 놓고 고구마랑 대화하는 시간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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