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비밀스러운 움직임
2025년 4월 4일.
여기는 용인시 기흥구.
온 세상이 변했다. 하룻밤 사이에 가로수의 벚나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꽃을 피웠다. 나는 근래 산책을 하며 이들의 조짐을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들이 은밀히 전하는 말을 엿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4월 4일로 결정되었다네요. 한눈팔지 말고 기다렸다가 그날 꽃을 피우랍니다. 아셨겠죠? 자, 알아들으셨으면 옆나무에게 전달."
이들의 일사불란함이란. 매년 봐오지만 대단하다. 남부지방에서 전해 들은 소문이 절대 허튼소리가 아니다. 인간들은 느긋하게 봄을 기다리고 있다가, 벚꽃이 한순간에 개화해 버리는 바람에 갑자기 분주해졌다. 한방 먹었다. 그제야 부랴부랴 약속을 잡는다.
그래도 한 방 먹은 것 치고는 얼굴이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