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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Oct 15. 2024

누구나 때로는 패배자가 된다.

달밤에 열리는 더문쌤의 시크릿 수업 8편

공기 중의 뜨거운 열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바람으로 매워진 10월의 가을날이 다가왔어. 

그리고 2024년 11월 14일, 전국의 모든 수험생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수능 날짜가 코앞으로 가까워졌지.


매년 반복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그 긴장감인데도 불구하고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찬 바람이 불어오는 이 계절의 긴장감이 그저 아슬아슬하게만 느껴지고는 했어.


특히나 2020년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난 이후로는 더욱 그랬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아이들이 심각한 번아웃(Burn Out) 증후군과 슬럼프에 빠져 눈동자의 초점을 잃어버리는 걸 목격해야만 했거든. 

강의실 칠판 앞에 서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슬아슬한 공포심에 눈먼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게 될 때마다 더문쌤은 마음이 괴로웠어.


5,6 년 전처럼 강한 의지로 슬럼프를 극복해내야만 한다고 아이들을 다그칠 수도 없었어.

그러기엔 석연치 않은 찝찝한 감정들이 너무 많아졌거든.

더문쌤의 다그침이 어떤 아이에게는 벼랑 끝의 내몰림처럼 숨 막히는 공포감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 말이야...


그날도 그렇게 안타깝고 괴로운 마음이 한껏 올라오는 날이었어.

강의실 앞 셋째 줄 맨 왼쪽 자리에 앉아있던 수민이의 눈동자는 흐릿해진 채로 손에 쥔 펜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굴리기만 했지. 더문쌤은 아무렇지 않은 척 강의를 계속 진행하면서도, 그런 수민이에게서 힐끗힐끗 눈길을 뗄 수가 없었어.


아이들에게 문제를 푸는 시간을 주고는 강의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수민이가 앉아있는 쪽을 향해 걸음걸이를 옮겼지.


역시나 수민이의 시험지에서는 그 어떤 문제 풀이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어. 다급하게 휘갈기는 수험생 다운 펜놀림의 흔적 따위는 발견할 수가 없었어. 그 대신 더문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수민이의 손목과 손목 아래 여기저기 아물지 않은 새빨간 상처들이었어.


애써 못 본 척할 수밖에 없었지만, 수능 시험 점수로 달라질 자신의 미래를 엎치락뒤치락 상상하며 극한의 공포심을 느끼며 엄청난 슬럼프를 몸소 체험해 보았던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수민이를 보면서 엄청나게 애잔한 연민의 감정을 느꼈어.


이 세상 누군가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잔인한 자해를 일삼는 비정상적 행위'로만 비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The moon 선생(더문쌤)에게는 수민이의 그 모습이 그다지 비정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어. 누구나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강력한 두려움과 공포심에 사로잡히면 그 어떤 무의식적 충동의 노예가 되어 무심코 자기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밀어 넣게 되기도 하니 말이야.


The moon 선생(더문쌤)도 한때 그런 비슷한 충동에 사로잡혔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어. 

이제는 지나가버린 지난 과거 속의 기억일 뿐이지만 결코 어느 누구에게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는 그런 끔찍한 장면이 하나 둘 머리 위로 솟구쳐 올라오더라고.

자신의 꿈을 비웃듯이 조롱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친구의 표정이 계속 떠올라 괴로움에 휩싸여, 책상 위에 돌팔매질을 하며 울부짖던 열여섯 살의 어린아이는 못나고 어리석어 보이는 자기 자신이 너무 싫어서 수치심에 치를 떨었지.


20년의 세월이 훨씬 더 넘게 지나버린 지금에서야 지난날 자기 모습이 그저 안쓰럽게 보일 뿐이었어.


자신을 비웃는 듯 보이던 그 친구에 대한 극도의 미움의 감정도 그다지 거창한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질뿐더러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애써 노력한들, 남들의 비웃음이나 사는 패배자가 되면 어쩌나 싶던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혔던 그 어린아이를 다독여 위로해주고 싶더라고.


더문쌤은 암흑 같던 시간 속에서 다시 되살아나 지금의 순간을 새롭게 살아내고 있는 자기 자신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괴로워하는 수민이가 부디 그 어둠의 공포를 묵묵히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어. 




                          12:00 달밤에 열리는 더문 선생님의 시크릿 수업 8편



차가워진 밤공기를 시원하게 느끼고 싶어진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얇고 보슬보슬한 실내용 가디건을 가볍게 걸쳐 입고는 방 오른쪽의 창문을 향해 걸음걸이를 옮겼어.


묵직한 손잡이를 잡아 비틀어 꺾어 창문을 열자, 검푸른 빛깔의 밤공기가 문틈 사이로 쏟아지기 시작했지.

더문쌤은 조용히 눈을 감고 코 끝 호흡으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의 짙은 생기를 느껴보았어.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떠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지.  10월 11일 pm 11:52 숫자를 확인한 더문쌤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나 둘 머릿속에 떠올리며 컴퓨터 전원을 켰지.



"얘들아, 안녕!" "오늘이 벌써 우리 여덟 번째 만남의 날이네."

- 쌤! 저희 여덟 번째 만남이면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난 거네요?

- 와, 시간 진짜 빨리 가는 거 같아요. 요즘 날씨도 갑자기 엄청나게 추워졌어요.

- 얘들아 기상이변으로 여름은 40도 가까이 뜨겁더니 올 겨울은 정말 심각한 강추위가 온다더라. 

   각오해야 할 듯! 

- 쌤, 추워지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곧 수능 날 오는 거 아시죠? 저도 벌써 기분이 싱숭생숭해요...

-  선생님 오늘은 저희에게 어떤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그러게.. 곧 수능 날이 다가오니까 나도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고3 아이들 표정 보면 정말 살얼음판처럼 차갑고 투명해. 강의실 맨 앞에 서서 이 맘 때쯤 찬바람 불 때, 고3 얼굴 보면 나도 종종 머리가 띵하게 어지럽다니깐..." 

- 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이제 곧 저도 고3인데...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 난 그래도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버렸으면 좋겠어. 지금보다 더 빨리 지나가서 얼른 아무 대학이나 들어가 버리고 싶어.  그냥 계속 화장실 가고 싶은 심정으로 화장실 문만 바라보며 시간 보내는 심정이라니깐

- ㅋㅋㅋㅋㅋㅋㅋ 야! 무슨 비유를 그런 걸 드냐! 밤중에 더럽게! 

- 나랑 친한 언니 한 명은 지금 수능 한 달 앞두고 멘탈 완전히 나갔어. 패닉상태라네. 아무것도 못하겠대. 너무 떨려서 집중이 안된다던데?



"그래. 너희들 모두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거야." "인생 살면서 그토록 강력한 실패의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을 테니 말이야." "실패를 여러 번 해본 어른들이야, 실패가 실패가 아니라 다음 스텝으로 옮겨가는 깨우침의 경험이었다고 인식할 수 있는데... 너희들 나이에야 그런 걸 알리가 전무하잖아."

"어른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최초로 감내해야만 하는 공포의 흔들 다리를 건너는 체험을 하는 격이지."

- 와... 쌤! 수능을 공포의 흔들 다리라고 비유하신다니... ㅋㅋㅋㅋㅋ 

- 진짜 그럴듯하네요! 고3 생활의 짜릿함과 공포가 막 눈앞에 그려지는 거 같아요. ㅜㅜ 나는 무사히 다리 건널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

- 쌤! 대부분 어른들은 공부 열심히 해서 수능 잘 보라고 덕담을 해주시는데, 왜 그렇게 무섭게 겁을 주시는 건가요?

- 너 무섭냐? ㅋ 나는 공포의 흔들 다리라고 하니 갑자기 웃긴데 ㅎㅎㅎㅎㅎ 너 왤케 진지하냐??? ㅋㅋㅋ




"얘들아! 처음 타보는 공포의 흔들 다리를 건너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건널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스무 살 가까이 살아왔으니, 친구들 다 타는 흔들 다리가 무서워서 올라가기 싫다고 떼쓰며 물러설 수는 없어 애써 괜찮은 척 하지만, 막상 어느 누구도 흔들 다리 위에서 마냥 평화롭고 즐거울 수는 없어."


"그뿐이겠니? 때때로 흔들 다리의 진동이 크게 느껴지면 우리 몸은 훨씬 더 극심한 공포를 느낄 거야. 손에 땀이 비 오듯이 날 게 뻔하고 말이야."


 "젖은 손으로 밧줄을 잡으며 식은땀을 흘릴 때, 내 뒤쪽에서 걷던 친구가 두려움 따위는 잊은 채로 속도를 내어 나를 앞질러 가는 걸 목격한다고 상상해 봐." "그럴 땐 정말 울고 싶고, 포기하고 싶겠지." 


"흔들 다리 한편에 주저앉아 젖은 손으로 밧줄을 잡으며 울고 있을 너에게 다가가서, 너를 위로해 주고 함께 천천히 끝까지 나아가보자고 말해줄 수 있는 마음의 여력을 가진 친구들도 없어." "그런 극한의 공포 체험을 인생 최초로 해보게 되는 거야." 

- 쌤! 흔들 다리 건너기에서 1등 하는 애들은 그럼 담력이 아주 센 건가요? 

- 야 진짜 그럴 거 같다. 결국에 끝까지 페이스 조절 잘해서 수능 안 망하는 애들 보면 멘탈 갑인 애들이 대부분인 거 같아. 

- 근데요, 쌤! 요즘은 흔들 다리 위에서 그냥 기절해 버리는 애들도 많을 거 같아요. 그냥 수능 안 보겠다는 애들도 은근히 있다던데요? 남들 들러리 서주는 거 싫다고, 차라리 안 보겠다는 애들 말이에요. 

- 피할 수 없는 극한의 공포체험이 나에게도 다가오고 있군.... 쩝... 




"그래. 이제는 내가 자라던 시절과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각자 다양한 인생 루트를 살겠다고 선언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니 굳이 공포의 흔들 다리 위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아이들도 생겨날 수 있겠지."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어쨌건, 공포의 흔들 다리에 한번 올라타기로 했다면 그저 그 체험을 하는 거 자체를 스스로 기특하게 여겨주면 돼." 


"기왕 타보기로 한 거, 나만 무서운 거 아니고 누구나 무서운 건데 공포 체험 제대로 한번 즐겨보자는 심정으로 말이지."


"너희보다 조금 더 먼저 태어나서 그 입시 공포를 경험한 많은 이들이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거든. 

"원하던 성적이 나오지 않는 실패, 원하던 대학에 떨어지는 실패 등등 그 종류는 다르지만 말이야."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든 어떤 실패건 하나 이상은 무조건 경험하게 되어 있어.

- 그냥 어차피 어떤 종류건 실패 경험은 다 해볼 수밖에 없으니 실패할까 봐 두려운 마음은 고이 접어도라는 말씀이신 듯싶습니다. ㅎㅎㅎㅎ

-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씀?

- 그러게. 성적 좋은 애들도 가끔 황당하게 원서 넣고 다 떨어지기도 하고 그렇잖아.

- 맞아. 원서 넣은 대학에 무조건 다 합격하는 경우도 드물고. 그럼 또 내가 너무 하향지원했나 싶으면서 아쉬울 수 있고 말이야.




"얘들아! 대입 이후에도 인생은 늘 다양한 종류의 도전할 거리들이 다가오게 마련이야." "그리고 세상과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친 위대한 사람들일수록 엄청나게 많은 실패를 경험했지." 


"사실,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만큼 세상에 어떤 영향력을 미친 사람일수록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낸 이들이 많아."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해야지, 훨씬 더 겸손해지고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깊이 있게 숙고해 볼 기회를 갖게 되거든."


"맹자의 고자장(告子章) 이야기 알고 있니?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사람에게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근육과 뼈를 깎는 고난을 당하게 하며 몸과 살을 굶주리게 하고 생활을 빈곤에 빠뜨려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고 전해지지."

"그 이유인즉슨, 그의 마음을 흔들어 참을성을 길러 주기 위함이며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며 말이야." 

- 쌤, 그래도 원하던 걸 얻지 못하고 실패한 거 같을 때, 괴로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 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는데... 요즘은 시대가 다르잖아요 쌤!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대입에라도 성공을 해야 어떻게 살아갈 방도가 생기는 시대 아닙니까?

- 맞아요 맞아. 저희가 뭐 맹자가 말하는 하늘에 선택받은 자가 되어서 선구자적인 삶을 살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ㅜㅜ 그냥 평범하게 어떻게든 중산층의 삶으로, 먹고 살 소박한 생각뿐이라고요.

- 아무튼 나 인서울 못하면, 우리 엄마 진짜 앓아누울 거야. 나는 그 꼴 못 봐 ㅠ




"얘들아! ㅎㅎ 너희들 마음의 다급함과 간절함이 느껴진다." "근데, 너희도 알다시피 앞으로 너희가 어른이 되는 시점의 지구에는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변화들이 엎치락뒤치락 일어날 거야." 


"기후변화 문제도 그렇고, 인구 구조도 판이하게 달라지고, AI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 양상 그리고 직업세계 구조도 새롭게 바뀌게 될 거고." 

"대입 하나가 너희의 남겨진 생애를 전부 다 책임져줄 거 같지는 않다." 

"물론 대입 경험이 너희들 인생에 그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긴 하지." 


"다만, 대입 결과가 죽기 직전까지 남은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희들 조부모님 그리고 부모님 세대와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게 될 거야." "그건 확실해 보인다." 

- 쌤! 그럼 어쩌라는 말씀이에요? 그냥 다 바뀔 테니까 공부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씀이신가요? 

- 계속 뭐가 바뀐다고 하니까 솔직히 저희도 엄청 정신적으로 힘들긴 해요. ㅠ

- 맞아 맞아. 에효. 나는 왜 하필이면 이런 복잡한 시대에 태어난 건지 모르겠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평생 동안 계속 공포의 흔들 다리 체험 끝도 없이 하게 되는 거 아니냐??

-꺄아악! 끔찍해 !!!!!!!!!!!!!!!!!!!!!!!!!!!!



"그래, 얘들아.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고 갑작스러운 변화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을 살아내야 하는 너희들의 운명이 사실이긴 하다." "어찌했건, 너희가 살아가게 될 시대는 어른들이 살아온 시대와는 분명 다른 게 확실해." "그러니까 어른들이 말하는 현재적 시점의 성공과 실패의 기준에 너무 좌지우지 마음을 흔들리지는 않아도 괜찮아.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동하는 무언가가 나타나게 될 거야."  

"인간은 자연의 일부니까,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걸 관찰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마음 편안하게 나와 가장 어울리는 삶을 살게 될 거다. 얘들아... 힘내자!"

- 쌤 !!!!!!!!!! 오늘 쌤 이야기 듣다 보니까, 그냥 에라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 그냥 대충 살자 이런 생각이 막 올라와요 ㅎㅎㅎㅎ 

- 저도 그래요. 뭔가 알쏭달쏭... 어차피 다 실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시고, 어른들이 말하는 성공 기준도 다 바뀔 수 있다고 하시고....... 

- 얘들아, 나는 근데 나 혼자만 무서운 게 아니라 어른들도 다 우리랑 비슷한 심정으로 두려운 게 많은 거 같아서 좀 기분이 묘했어. 

- 어른들도 사실 자꾸 뭐가 많이 바뀌니까, 확신이 없긴 한데 확실하게 안정된 게 없는 거 같아서 불안한 마음을 못 감추는 것도 있긴 하겠지. 



"그래! 역시 너희들 이해력은 언제나 나에게 놀라움을 주는구나." "그냥 이렇게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모두들 변화에 적응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모두 다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될 수밖에 없어." "그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숙명인 거 같다." 


"그러니, 실패는 특별한 게 아니야." "누구나 실패자가 된다." "실패 앞에 담담해지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다 보면, 과거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누군가로 변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네..." "얘들아, 우리 다음 주에 또 만나자!" "잘 자~"

- 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담주에 뵐게요.

- 시간 엄청 빨리 갔네.... 헉;; 쌤 저는 오늘 밤에 공포의 흔들 다리 꿈을 꿀 거 같슴당. ㅎㅎㅎ

- 에효. 그냥 실패니 성공이니 나는 이제 그런 거 다 생각하기 귀찮다! 그냥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련다!

- ㅋㅋㅋㅋㅋㅋㅋ 핵공감!

- 안녕~ 쌤 담주에 봐요! ㅋ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줌 미팅 영상 화면 창을 끄고 잠시 눈을 감았어. 


누군가 어린 자기 자신에게도 '누구나 실패를 경험한다.' '실패를 하고 실패자의 마음으로 살아보는 것은 성공이 다가왔을 때 그것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그 때문에 어렵게 얻은 성공을 잃지 않고 유지해 나가려는 강한 의지력을 키워낼 뿐이다.'라고 알려주었더라면.............  


실패자가 된 것만 같았을 때 그토록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더문쌤은 이제 알 거 같았어. 이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는 걸 말이야.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경험은 다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을 뿐이겠지. 


더문쌤은 앞으로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경험을 소중하게 여겨주기로 했어.

그렇게 마음을 다독이니, 고맙게도 한 결 더 마음이 가벼워졌어.


더문쌤은 평화로운 꿈을 꿀 것 같은 느낌으로 잠에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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