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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Nov 11. 2024

시기와 질투심을 다루면 진짜 내공이 생겨!

달밤에 열리는 더문쌤의 시크릿 수업 11편

때는 이른 새벽 4시 30분, 어둡고 캄캄한 방구석 한편 눈이 부시다 못해 미세한 통증을 일으킬 정도의 강렬한 빛을 발하는 27인치 모니터가 켜져 있었어.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입시전문가 칼럼 일부 작성을 의뢰받아 원고를 작성하고 있었지. 그가 작성하게 된 칼럼의 주제는 바로 '수험생의 스트레스 관리'였어.


모니터 한편에 멈춰진 채로 깜빡이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는 잠시 골똘히 어떤 생각에 잠긴 듯싶었어. 수험생 아이들과 함께 보낸 지난 세월 속 기억을 끄집어내어 보려 했나 봐.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아이들이 심적으로 가장 괴로워하며,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순간을 떠올려보려고 했어.


그러자 여러 장면의 기억들이 의식의 수면 위로 샘솟아 올랐지.


수업 내내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걱정되는 마음에 수업 후 따로 남겨 대화를 해보려던 가은이가 울먹이며 한 말이 생각났어.


"선생님! 제가 분명히 지유보다 훨씬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한 게 맞거든요! 저는 주말도 다 반납하고 평일에도 늘 새벽 두 시 반까지 공부해요. 근데 지유는 주말에도 자기 친구 만나서 영화도 보고 놀 거 다 놀러 다니는데, 어떻게 모의고사 점수가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른 거죠?"

"제가 머리가 나쁜 건가요, 아니면 지유가 천재인 건가요?"

"정말 공부 의욕 심하게 꺾이네요."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여러 아이들이 나보다 성적이 덜 나오던 친구가 훨씬 더 나를 앞질러 좋은 성적을 받는 걸 목격할 때 엄청난 괴로움과 자괴감에 사로잡히는 걸 목격해 왔어.


그는 이번에 기고할 입시칼럽 '수험생의 스트레스 관리' 내용으로 아이들의 비교의식에서 비롯된 시기와 질투에 관해 다뤄보기로 했지.


시기와 질투라는 감정을 잘 다루고 활용하는 아이들은 그 감정을 더 고차원으로 승화시켜서 자기 발전의 씨앗으로 활용해내기도 하는데...


시기와 질투에 휩싸여서 자기 열등감만 지속적으로 증폭시키는 아이들은 슬럼프에 빠져서 오랜 시간 쓸모없는 감정소비를 하며 괴로움만 키워가는 아이들도 정말 부지기수로 많거든.


사실, 시기와 질투라는 감정은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살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어.


예를 들어 볼까?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난생처음 동생이라는 갓난아기의 존재를 자기 삶 속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상상해 봐. 세 살짜리 아이는 엄마 아빠가 나를 보고 웃어주는 시간보다 동생을 보며 웃어주는 시간이 많아지는 걸 알아차리면서 불안해져.


세 살짜리 아이에게 동생이라는 존재는 어쩔 수 없이 한동안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고야 말지.


그런 세 살짜리 아이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느끼는 아이가 잘못된 것이라며 비난할 수가 없잖아?


시기와 질투의 감정은 세 살짜리 아이가 동생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랑 원초적으로 별반 다를 게 없어. 나보다 더 사랑받는 존재일 거 같은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느끼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일 뿐인 거야.


그렇지만 우리는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부정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왔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시기와 질투는 언제나 남을 쏘려다, 자기 자신을 쏜다."


이런 익숙한 말들 모두 시기와 질투가 인생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인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듯싶기도 하니까 말이야.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이번 주 아이들과 나눠볼 대화 주제로 '시기와 질투심'을 다뤄보기로 마음먹었어. 인생 그 어느 때보다, 친구를 부러워하고 친구를 미워하며 친구에게 영향을 받는 10대의 특별한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지.




                          12:00 달밤에 열리는 더문 선생님의 시크릿 수업 10편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어?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어


The moon 선생(더문쌤)은 유튜브 라이브방송 배경 음악으로 가수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노래를 틀어두고 아이들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어.


하나 둘 시작된 아이들의 입장이 시작되었고, 핸드폰 시계는 어느덧 11월 10일 일요일 밤 자정 12시를 가리키고 있었어. (아이들 입장 수 201명)


- 야야. 오늘은 노래부터가 뭔가 좀 특별한데?ㅋ

- 이거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노래 아냐?

- 선생님도 S대 나온 걸로 아는데 혹시 장기하 친구 아냐? ㅎㅎ

- 야, 근데 얼마나 사람들이 서로들 부러워하는 게 많으면 이런 노래가 세상에 나왔을까 싶네

- ㅋㅋㅋ 그치. 부러우면 지는 건데, 장기하는 위너네. 한 개도 부러운 게 없다는 거 보니 ㅋㅋ



얘들아, 안녕! 한 주 어떻게 지냈니? 요즘 날씨 기온이 오락가락 많이 하는 시기라 감기도 유행하는 거 같은데 컨디션은 괜찮니??

- 쌤 저희는 괜찮습니다. ㅎ

- 골골대도 라방 틀어둘 정도는 되어서 저는 틀어놓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있어요. ㅋ

- 감기 걸린 애들 요즘 많긴 많더라!

- 쌤도 목소리가 감기 기운이 있으신 듯싶네요!



그래. 나도 감기 기운에 목이 잠겨버렸네. 얘들아, 오늘은 특별히 장기하 가수의 부럽지가 않어 노래로 너희를 맞아봤는데...

혹시 누구 눈치 빠른 사람 오늘 대화의 주제 한번 맞춰 볼래?

- '부러움을 극복하는 방법' 아닐까요?  

- 절대로 부럽지가 않아 지는 장기하의 멘탈 갑 본받기 ㅋㅋㅋㅋㅋ

- '부러운 친구 만났을 때 대처방법' 어때? ㅋ

- '10대에게 부러움을 사는 아이들 특징'??? 



ㅎㅎㅎ 부러움이 조금 더 강해지면 시기와 질투의 마음이 되기도 해. 뭔가 잘나 보이는 그 친구가 스물스물 미워 보이기도 하는 거지. 오늘은 '타인에 대한 시기와 질투심을 자기 내공으로 치환시키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

그전에 우리 한번 시기와 질투를 느껴봤던 경험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 싶네! 다들 살면서 한 번쯤 느껴보지 않았을까? ㅎㅎ

- 넵. 쌤, 저는 겁나 얼굴이 예쁜 아이를 만나서 심한 자괴감과 질투를 느꼈습니다. ㅋ

- 저는 부모님이 엄청 공주처럼 떠받들어주는 친구를 만났었는데요, 그 친구 집이 좀 사는 집 같았는데요.. 이거 저거 부족한 거 하나 없이 알아서 다 챙겨주시는 게 진짜 부럽더라고요. ㅠ

- 쌤 저는 정말 진심으로 수학 머리 좋은 애들이 너무 부러워요. 중학교 지나면서 점점 느끼는 게 수학은 타고난 재능이 확실히 있어야 하는 듯요.

- ㅎ 나는 그냥 뭐든 당당해 보이는 애들이 부럽더라. 난 항상 걱정 많고 자신감이 떨어지는데 어떤 애들은 근자감 비슷하게 무조건 당차고 멋있어 보이는 애들도 있더라고. 그런 애들 보면 그냥 후광 같은 빛이 나는 거 같아.


그래, 얘들아. 너희들이 느껴본 그런 부러움과 시기  혹은 질투의 감정들 모두 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겪어보았을 비슷한 감정들일 거야. 아이 어른 나이와 지위 불문 누구나 살다가 자연스럽게 나보다 잘나 보이는 누군가를 만나며 느끼게 되는 감정이지.

근데, 시기와 질투라는 감정에 과도하게 사로잡히면 그 에너지에 가두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에 빠지거나 상대적으로 잘나 보이지 않은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되곤 하지.

- 맞아요. 쌤! 저 진짜 겁나 예쁜 그 친구 엄청 부러워하던 시절에 거울 볼 때마다 너무 짜증이 났었어요. 제 얼굴이 진짜 못나 보이더라고요.

- 저도 수학 천재 같은 그 친구 떠올리면서 더 수학 공부가 하기 싫었던 거 같아요. 이렇게 미련하게 시간만 늘어져라 붙잡고 노력하면 뭐 하나 싶고 말이에요.

- 저는 좀 달랐어요. 쌤! 저는 부자 부모님 밑에서 공주 대접받는 친구가 너무 부러웠는데, 약간 우리 엄마아빠 떠올리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죄송스러운 맘도 떠올랐어요. 부모님 비교한 거 같아서 약간의 죄책감도 들었고요.

- ㅎㅎㅎㅎㅎ 쌤 저는 좀 단순한 성격인 듯요. 저는 그냥 부럽다는 마음이 끝이에요. 단순하게 부럽고 말아요. ㅋㅋㅋㅋ 부럽긴 하지만 너는 너 나는 나 서로 다른 인생인걸 뭐 어쩌겠냐 싶은 거죠.



하하! 너희들 반응을 보니, 참 그러네! 우선 나보다 더 잘나 보이는 누군가를 보고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그다음의 차후 반응도 다 다르네. ㅋㅋ 부럽지만 너는 너 나는 나 그렇게 쿨한 반응도 있을 수 있고, 그 반대로 나 자신을 더 질책하게 되는 반응도 생겨날 수 있고 말이야.

어찌했건, 항상 이야기하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우리가 머리로 통제할 수가 없는 거래. 그러니 부러움이나 질투의 감정이 올라오고 느껴지는 현상 자체를 부정하거나 피할 필요는 없는 거지. 

세 살짜리 아이가 동생이 태어나 사랑과 관심을 빼앗겼을 때 느끼게 되는 시기와 질투심은 자연스러운 거 아니겠니?

우리 모두는 자기 존재가 이 세상에 빛나고 아름답게 펼쳐지기를 바라. 그래서 종종, 나보다 더 빛나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 강력한 빛 때문에 자기 존재가 가려지게 될까 봐 무의식 중에 두려움을 갖게 되는 거지. 

그러니 누군가를 만나 시기와 질투심을 느낀다면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는 세 살짜리 꼬마 아이 같은 내면아이가 내 마음속에 있다고 상상을 해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싶어. 세 살짜리 아이에게 내가 위로를 건넨다고 상상해 보는 거지. 그리고 나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어주는 거야.

- 앗! 항상 느끼는 거지만 쌤은 상상력이 풍부하신 분인 거 같아요. ㅋㅋ

- 쌤 말에 일리가 있네요. 나보다 더 빛나보이는 다른 존재 때문에 내 빛이 가려질까 봐 누구나 두려움이 생길 수 있는 거니까 말이에요. 부러움과 질투가 나쁜 건 아니네요. 자기를 미워하게 되지만 않으면 말이에요.

- 동생 생긴 세 살짜리 아이에게 위로를 건네는 심정으로 나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면 스스로를 미워하지는 않게 될 거 같기도 하네요.

- 세 살짜리 아이도 분명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점이 있을 텐데.... 안쓰럽네. ㅋ



그래, 얘들아!!! 세 살짜리 아이에게도 분명 자기만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빛남이 있을 텐데 아주 잠시 동생의 빛나는 존재감에 자신의 주의를 다 빼앗겼들 뿐이야.

시기와 질투가 느껴질 때면, 불안해진 자기 마음속의 내면아이를 잘 위로해 주고 달래주어야 해.

부러웠던 마음도 헤아려주고... 너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빛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주어야 해. 

- 쌤 근데 저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빛이 무엇일까요?

- 저도 그 부분이 좀 어렵네요. ㅠ

- 사람마다 다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말씀인가?

- 자기만의 고유한 빛에 집중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



하하, 너희들 어릴 때 사진 본 적 있니?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니??? 근데 지금 너희는 자기 자신이 다 컸다고 귀엽고 사랑스러울 나이는 아니라고 여길지 모르겠다만... 100살이 다 된 백발의 노인이 된 자기 모습을 상상해 보려무나.

100살이 된 노인의 내가 지금 10대의 나를 지켜보면 어떨까? 서툴고 좌충우돌하는 그 모습 그대로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을까?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모습 자체가 너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빛이자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네.

- 앗. 그런 말씀이시군요. ㅎㅎ

- 결국은 나 자신을 너무 엄격하게 대하지 말고 아이 대하듯 좀 더 관대하게 대해주란 말씀인 듯

- 사랑받고 싶고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고 달래주라는 말씀인 듯싶다.

- 오오. 진짜 그런 듯



그래그래. 얘들아! 시기와 질투의 마음이 올라올 때는 자기 자신과의 따뜻한 대화가 필요한 시간이라고 하늘이 신호를 보내준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아. ㅋㅋ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네!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거 같다.  안녕!

- 넵! ㅎㅎ 쌤 담주에 또 뵐게요.

- 쌤 근데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노래는 그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죠? ㅋㅋ

- ㅋㅋㅋㅋㅋ 장기하는 다른 사람이 얼마나 빛나보인지 따위에 관심을 다 꺼버렸다는 얘기!!!

- ㅎㅎㅎ 말 된다. ㅋㅋㅋㅋ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수업을 마무리하게 된 The moon 선생(더문쌤)의 마음 안에도 평온한 기쁨으로 잦아들었지. 그가 잠자리에 들려고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당기던 찰나, 더문쌤의 머리 위로 어떤 생각이 스쳐 올랐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분위기가 어쩌면 너무나 성급한 판단으로 이기고 지는 문제에 과도한 집착을 하게 만드는 거 아닐까?'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 안에도 나보다 빛나 보이는 또 다른 존재 자체에게 지고싶지 않은 그 마음이 반영되어 있는 거 같았지. 

'지금 당장 눈앞의 이기고 지는 문제에 너무 집착을 하다 보면, 각자 서로 다른 존재가 뿜어내는 서로 다른 고유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여유 따위는 잃어버리게 될 텐데...'


더문쌤은 각자 서로 다른 존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허락되는 세상이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을 청해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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