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찾아오자, 책방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건, 그곳에서 느끼는 것이 언제나 새롭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살랑거리고 낙엽이 하나둘 길 위에 내려앉을 때, 책방은 모든 것을 품고 조용히 제게 기다림을 전합니다.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골목을 지나, 책방의 나무 문을 밀고 들어가자 따뜻한 공기가 반겨주었습니다. 책장 사이로 번져오는 묵직한 책 냄새, 그리고 벽에 드리운 오후 햇살이 참 좋았습니다. 여름 내내 무더위 속에 지쳐있던 제 몸도 이곳에서 비로소 숨을 돌리게 된 것 같았습니다.
서가를 천천히 둘러보며 책들의 제목을 하나씩 읽어내려갔습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들이 저마다 다르게 속삭여왔지만, 오늘은 왠지 얇고 가벼운 책 보다 두께 있는 묵직한 책들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손끝으로 책 등을 톡톡 두드리며, 오래된 친구를 만나듯 책 한 권을 조심스레 꺼냈습니다.
한적한 구석에 앉아 책을 펼쳐 들고는, 커다란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이 책의 한 페이지가 넘겨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내 책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방이라는 공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계절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여름날에는 그늘 같은 책방이 시원한 휴식처가 되었고, 가을이 되니 마음 깊숙이 무언가를 채워주는 따뜻한 안식처처럼 다가옵니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책방에서 느끼는 감정도 함께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책방을 나서기 전, 한 번 더 돌아보았습니다. 책방은 그대로였지만, 제 마음속엔 가을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기분으로 이곳을 찾겠지요. 그리고 그때마다 저는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