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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경 Apr 20. 2020

20 대저 토마토 돼지 목살 볶음밥

느끼함을 잡아주는 산뜻한 토마토의 매력

네가 바로 대저 토마토구나!

8년 전쯤, 회사 근처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들어가는 길에 과일 가게에서 파는 대저 토마토를 봤다. 정확하게는 ‘대저 짭짤이 토마토’라고 쓰여있었다. 이름이 생소하면서도 낯설고, 또 발음이 재미있어서 옆에 있던 친구와 ‘토마토 이름이 특이하다’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그땐 단지 대저 토마토의 존재를 알았다. 최근, 요리책 편집 작업을 하면서 대저 토마토를 또 한 번 만났다. 원고를 쓰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꽤 흥미로웠다. 대저 토마토는 부산 일대에서 1~5월 중에 나오는데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서 그 맛이 일반 토마토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 좀 더 단단하고 신맛도 난다고도 했다. 그 맛이 궁금했는데 지금이 딱 대저 토마토 철이라서 5개 구입했다.





탄탄하고 새콤한 맛이 침샘 자극하는 토마토

대저 토마토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 한 입 크기로 잘라 바로 입에 넣었다. “와!” 확실히 다르다. 사과처럼 ‘아삭’하게 씹힐 만큼 탄탄했고 일반 토마토에 레몬즙을 뿌린 것처럼 새콤했다. 일반 토마토가 순한 맛의 대중적인 느낌이라면 대저 토마토는 개성이 강해서 소수 마니아에게 더 인기가 있을 법하다. ‘어느 쪽이 더 맛있다’가 아닌 ‘취향 따라 고른다’에 가깝다. 처음 경험하는 대저 토마토의 맛을 찬찬히 느끼며 하나둘씩 입에 넣었더니 순식간에 접시가 비었다. 그리고 볶음밥과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저 토마토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익히지 않고 토핑처럼 얹을 계획이다. 볶음밥은 어제 먹다 남은 훈제 돼지 목살, 모둠 채소, 밥을 넣어 만들었다. 그릇에 볶음밥을 옮겨 담고 대저 토마토와 새싹채소를 얹었다. 그리고 소스를 뿌렸다. 소스는 플레인 요거트에 깔라만시 원액 조금, 허브솔트, 후추를 섞은 것.



볶음밥을 가볍게 만드는 대저 토마토

사실 이 볶음밥은 종종 먹는부리토 볼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 멕시칸 양념으로 맛을 낸 밥 위에 고기, 채소, 치즈, 소스 등을 취향대로 추가하는데 비록 양념은 조금 다르지만 이 볶음밥도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조합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대저 토마토였다. 볶음밥의 조리 특성상 기름질 수밖에 없는데 상큼한 대저 토마토가 그 맛을 잡아줬다. 느끼한 맛이 올라올 때쯤, 대저 토마토를 베어 물면 입안이 상큼하게 리셋되어 물리지 않고 한 그릇을 비울 수 있었다. 대저 토마토를 익히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만약 익혔다면 탄탄한 식감이 줄어들어서 이러한 맛을 느끼지 못했을 터. 게다가 플레인 요거트 소스와 만나니 샐러드를 먹는 기분이 나서 열량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 그 자체로도 개성 넘치는 맛을 자랑하고 다른 재료와도 궁합이 좋은 대저 토마토. 재배 기간이 짧으니 (냉장고에 아직 남아 있지만) 제철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서 미리 더 사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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