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한 에이드와 탱글탱글 골뱅이, 매콤한 양념의 찰떡궁합
남편으로부터 갑자기 회식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았다. 원래는 내일인데 회식의 주인공이 사정이 생겨 오늘로 앞당겨야만 했단다. 저녁을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혼자 먹게 되니 괜히 허전한 기분이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러한 마음이 덜 들었을 텐데. 남편과 같이 먹으려고 사놓은 골뱅이 비빔면 재료를 두고 고민이 됐다. 이걸 나 혼자서 해먹을지 아니면 내일 남편과 같이 먹을지,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래, 결심했어. 나라도 맛있게 먹자!' 평소, 혼자 먹더라도 맛있게 제대로 먹자고 생각하는 데다 오늘처럼 예상치 못하게 쓸쓸한 혼밥을 하는 날일수록 더 잘 먹어야 기분도 처지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재료 말고 다른 요리 재료가 마땅치 않고 점심에 먹은 반찬을 저녁에 또 먹기도 싫었다.
식당에서 면 요리를 먹을 때 아쉬운 점은 배가 금방 꺼지는 것. 그래서 포만감이 크고 식감도 좋은 채소를 푸짐하게 넣기로 했다. 오이는 채 썰어 소금과 식초에 절였고 그동안 양배추, 당근, 청양고추, 쑥갓을 먹기 좋게 썰었다. 냉장고에서 먹고 남은 새싹채소도 꺼냈다. 채소를 한 데 모으니 이 요리의 주인공인 골뱅이보다 더 많긴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아, 참고로 골뱅이는 한 캔만 사용했다. 양념은 간장, 다진 파, 액젓, 고춧가루, 식초, 들기름 조금, 올리고당 조금을 넣어 만들었다. 오랜만에 먹는 매운 요리라 고춧가루는 청양 고춧가루를 넣었다. 큰 유리볼에 삶은 메밀면과 채소, 골뱅이, 양념을 넣고 손으로 비볐다. 양념과 재료가 섞일 때마다 풍기는 매콤한 향이 침샘을 자극한다.
매콤 새콤한 맛도 좋지만 같이 음료를 곁들이면 좋을 것 같았다. 깔라만시 원액과 탄산수를 2:8 비율로 섞어서 간단히 에이드를 만들었다. 시럽을 넣어 달달하게 마셔도 좋지만 그 맛이 골뱅이 비빔면과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이번엔 생략했다. 매콤한 양념에 입이 얼얼해질 때쯤 깔라만시 에이드를 한 모금하니 입안이 차분히 가라앉게 하는 동시에 톡톡 터지는 탄산이 입맛을 돋운다. 단짠단짠의 조합이 음식을 입으로 계속 끌어들이는 원리와 같다고 할까? 무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와 한 잔 해도 좋을 법한 야식 메뉴다. 물론, 탱글탱글한 골뱅이와 아삭아삭한 채소도 이 한 그릇의 일등공신인 건 당연지사! 덕분에 맛이 제법 강한 양념인데도 불구하고 중간에 물리지 않고 끝까지 맛있게 먹었다. 내일은 오늘 먹은 이 맛보다 덜 맵게 남편에게 한 그릇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