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랑땡 감자 수프
결혼 전, 명절 음식은 차례상에 올라갈 양만큼만 했다. 그래서 차례를 지낸 후 식사하면서 거의 다 먹었다. 남아도 한 접시밖에 안 되어서 명절 연휴가 채 끝나기도 전에 다 먹었다. 하지만 결혼 후에 맞이한 시부모님 댁의 상황은 많이 달랐다. 차례상에 올리고, 연휴 내내 삼시 세끼 전만 먹어도 남을 만큼 넉넉하게 준비했다. 특히, 가족들이 동그랑땡(고기 완자)을 좋아해 그것만 장장 3~4시간에 걸쳐 대량 생산했다. 그 양이 너무 많아 명절 당일 차례를 지낸 후, 친척들에게 한 보따리씩 싸줘도 쟁반에 수북하게 남을 정도. (비록 나는 동그랑땡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남편이 워낙 동그랑땡을 좋아하고, 그걸 명절 노동의 대가라며 챙겨 오긴 한다. 덕분에 명절 당일은 동그랑땡을 소분하여 냉동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런데 해동해서 먹어 보니 만든 직후의 맛의 반의 반도 안 됐다. 동그랑땡을 좋아하는 남편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기색이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굽자니 귀찮다. 기대에 못 미치는 맛에 동그랑땡에 대한 관심이 식어갔다. 그러다 있는 재료로 요리해야 하는, 막다른 상황에 또 처했다.
| 제철 6~9월
| 고르기 표면에 흠집이 적고 매끄러운 것. 싹이 나거나 녹색 빛이 도는 것은 피할 것.
| 보관하기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
냉동실에 쌓여가는 전을 먹긴 해야겠다. 하지만 먹어 ‘치우기’는 싫다. 맛있게 먹고 싶다. 멸치 육수에 묵은지와 전을 넣고 찌개로 끓여 먹은 건 이미 여러 번 해봤다. 게다가 요즘 추위를 핑계로 국물을 너무 많이 먹어 나트륨 섭취도 과했고, 며칠 전에는 김칫국을 먹었다. 색다른 요리가 필요하다. 일하다 쉬는 틈에 동그랑땡으로 무얼 만들 수 있을지 궁리했다. 그러다 예전에 했던 요리가 떠올랐다. 바쁠 때, 믹서에 두부와 우유를 갈아서 콩비지처럼 먹었던 그 요리다. 동그랑땡의 주재료는 고기와 두부이기 때문에 잘만 응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수프. 전을 해동한 후, 기름을 조금 두른 냄비에 으깨가며 볶다가 으깬 두부, 잘게 다진 감자, 양파, 당근, 우유를 넣고 저어가며 끓였다. 감칠맛과 농도는 파마산 치즈가루와 체다 슬라이스 치즈로 조절했다. 수프가 냄비에 눌어붙지 않게 젓다가 원하는 농도가 되어 불을 끄고 맛을 봤다. 만족스러웠다. 풍미도 좋고 다진 채소들이 씹히는 식감도, 포만감도 제법 좋았다.
1 믹서에 두부, 우유를 넣고 간다.
2 냄비에 기름을 두른 후, 동그랑땡을 으깨가며 볶는다.
3 잘게 다진 감자, 당근, 양파를 볶다가 두부, 우유를 넣고 저어가며 끓인다.
4 슬라이스 치즈, 파마산 치즈 가루를 넣고 저어가며 끓인다.
5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추고 재료가 익으면 불을 끈다.
*크루통, 파슬리 등 입맛대로 토핑을 추가한다.
**기억나는 대로 작성한 레시피로 정확도는 낮지만 취향대로 응용 가능.
요즘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은 늘린 식단을 실천 중이라 조리 과정의 요모조모를 수정하면 유용할 것 같다. 채소를 큼직하게 썰고 더 걸쭉하게 만들면 덮밥으로도 즐길 수 있겠다. 간도 조금 추가해서. 또한, 면을 넣어 크림 파스타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이땐, 잊지 말고 감자 대신 시금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넣어야겠다. 어마어마한 열량의 크림 파스타가 먹고 싶을 때, 죄책감을 덜 느끼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깔끔한 한식으로 변주해도 좋다. 치즈 대신 잘게 자른 김치를 넣기만 하면 된다. 더 나아가 동그랑땡 말고 다른 전들도 다른 요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동태전의 경우, <효리네 민박2>에서 밀푀유나베에 고기 대신 넣어 먹는 것처럼 말이다.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동태 특유의 감칠맛이 국물에 빠져나와 맛이 더욱 풍부해질 것 같다. 맛살, 햄, 파 등을 넣은 꼬치는 잘게 썰면 단숨에 훌륭한 볶음밥 재료가 된다. 자의 반 타의 반 연휴 내내 집밥만 먹게 된 처지라 조금 더 고민하면 더 다양한 레시피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