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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경 Feb 22. 2019

16 간단하게 만드는 밥도둑, 미역 요리

입맛 돋우고 별미로도 안성맞춤

팬트리를 지키는 든든한 지원군, 미역

우리 집에는 늘 미역이 있다. 어느 날은 그 이유가 궁금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 생일은 3월이고, 남편의 생일은 7월. 내 생일 즈음에 미역을 구입하면 그걸 전부 쓰지 않아서 일부 남고 그 나머지를 남편 생일 때 쓴다. 그리고 종종 미역국이나 오이 미역 냉국을 끓이는데 그때도 새로 구입해서 일부만 쓰기 때문에 또 남는다. 결과적으로 ‘구입하고 일부만 쓰고, 남고’가 반복되다 보니 미역이 떨어질 날이 없었던 것. 이렇게 미역과 가까이 지내니 애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미역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감칠맛이 풍부해서 다른 재료와 궁합이 좋다. 그래서 요리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기에도 수월하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조리의 기본인 손질부터 살펴보자. 볼에 물을 담은 후, 손바닥을 큼직하게 폈다 오므리면서 바락바락 씻어내기만 하면 된다. 나처럼 섬세하지 못한 사람도 쉽게 할 수 있다. 다듬을 필요도 없다. 아, 굳이 꼽자면 한 입 크기로 자르는 정도가 되겠다. 이마저도 칼이 아닌 가위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조리도 간단하다. 물에 넣고 끓이거나 볶기만 하면 된다. 맛도 좋고 조리도 쉬운 미역.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미역

| 제철 연중 계속

| 고르기 마른 미역은 흑갈색을 띠는 것이 좋고, 생미역은 윤기가 나고 두툼한 것을 고른다.

| 보관하기 마린 미역은 지퍼백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두고, 생미역은 살짝 데친 후 냉동.


미역 해물 볶음

이 요리는 미역국에서 착안한 것으로 국물 없는 미역국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할 일은 많고, 마침 집안 냉장고는 텅텅 비어있는 상황에서 간단하고 가성비 좋은 반찬을 찾던 중에 생각해냈다. 쌀국수를 즐겨 먹어서 모둠 해물을 항상 구비해두는데 이걸 미역과 함께 볶으면 어떨지 궁금했다. (이때, 미역국이 아닌 볶음을 떠올린 건 여름이라 뜨거운 국이 당기지 않아서였다.) 간장을 넣으니까 미역을 조린 맛일까? 아니면 미역국을 오래 끓였을 때 나는 맛일까? 지금 당장 밥을 먹어야 하는데 곁들일 반찬이 없던 터라 바로 시도했다. 들기름에 해물과 미역을 넣고 다진 마늘을 추가해 볶았다. 그리고 소금, 간장으로 간했다. 고소하면서도 식욕을 돋우는 향이 주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행여나 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 맛을 봤다. 나도 모르게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내가 만든 반찬 중에서 손에 꼽히는 감칠맛의 끝판왕이다. 


미역 해물 볶음(좌), 들깨 미역국(우).


들깨 미역국

먹는 양이 적은 편은 아닌데 순대 국밥집에서 2인분을 사 오면 늘 애매하게 남는다. 초반에는 맛있게 먹다가 점점 물리면서 손이 덜 간 탓이다. 국그릇 1과 1/2 분량인데 다른 국을 끓일 때 섞는 등 나름 2차 가공을 했지만 버린 적도 종종 있었다. 문제는 버린 횟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 것. 이번에도 순댓국이 남았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리하다가 국밥집에서 같이 준 들깨 가루에 시선이 머물렀다. 들깨 미역국을 끓여 보자! 미역을 불리는 동안 들깨 가루가 부족했기 때문에 냉동실에 있던 걸 꺼내고, 고소한 맛을 상승시키기 위해 들기름도 꺼냈다. 국물이 부족해 예전에 남아서 얼려둔 순댓국을 추가했다. 미역국 만드는 법은 그동안 끓여온 소고기 미역국과 큰 차이 없다. 들깨와 들기름을 푸짐하게 넣어 고소한 풍미를 최대치로 만드는 것 말고는. 다 끓여 놓고 나니 밥을 말아서 한 그릇쯤은 눈 깜빡할 사이에 비워버릴 기세다. 특히, 들깨 미역국은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좋아하는 메뉴라 더욱 애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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