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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경 Jun 12. 2019

17 더위를 물리치는 오이냉국비빔면

새콤 시원해서 더욱 반가운 요리

여름이면 더 생각나는 비빔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때 이른 5월의 더위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터였다. 배는 고프지만 입에서 당기는 음식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찬은 부실할 수밖에. 게다가 매일 같은 반찬만 먹으니 물리기 시작했다. 며칠 지나니 기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밥이 아닌 면요리에 눈을 돌렸다. 국물이 있는 요리는 염분을 과다하게 섭취할 우려가 있어 비빔면으로 택했다. 그리고 건강을 생각해 소면보다는 메밀면을 택했다. 비빔면에 들어갈 재료의 기본은 김치였고 냉장고 상황에 따라 부추나 새싹 채소를 추가했다. 양념장은 고추장을 선호하지 않는 입맛을 반영해 간장, 고춧가루, 참깨, 들기름 조금, 식초 조금을 넣어 만들었다. 간장과 고춧가루, 참깨의 비율을 1:1:1로 하면 고추장을 넣었을 때와 비슷한 농도 및 질감이 완성된다. 양념장은 한 번에 3~4회 분량으로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덜어 먹었다.



오이냉국과 비빔면이 만났다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장 덕분에 이틀에 한번 꼴로 비빔면을 먹었다. 처음엔 맛있었지만 3번 정도 지나니 점점 물리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재료에서 손쉽게 변형을 줄 수 있는 한 끗이 필요했다. 냉장고 앞에 붙여둔 식재료 리스트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국거리용 소고기, 모둠 해물, 얼린 채소… 재료가 없는 건 아닌데 비빔면에 조화롭게 맛을 내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냉장고 속에 한 그릇 남짓 애매하게 남은 오이냉국이 생각났다. ‘바로 이거다!’ 얼마 전, 춘천에서 먹은 막국수가 생각났다. 양념장이 얹어진 국수에 비법 육수를 자박하게 따라 먹는 그 집의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것. 육수의 역할을 오이냉국으로 대체하는 셈. 냉국에 식초를 넉넉하게 넣은 덕분에 비빔면은 새콤한 맛이 한층 올라갔고 오이 덕분에 아삭한 식감도 더해져 먹을수록 입맛이 돋우는 매력적인 요리로 탈바꿈했다. 이전에는 면을 먹을 때 퍽퍽한 느낌도 살짝 있었는데 그 표면이 냉국으로 코팅이 되었는지 한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촉촉한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이건 참기름으로는 낼 수 없는 산뜻한 윤기다.



한동안은 멈추지 않을 면요리 개발

면요리는 조리법이 간단하고 맛도 좋아서 실패가 없는 메뉴 중의 하나다. 그리고 입맛 잃기 쉬운 여름, 그 진가가 발휘된다. 오이냉국 비빔면으로 자신감도 붙었겠다 면요리를 여름 내내 개발할 것만 같다. 다만, 면요리의 특성상 반찬을 따로 먹지 않기 때문에 채소를 듬뿍 넣을 생각이다. 최근에 시도한 건 요즘 화제인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간장 국수. 끓는 물에 면과 채소를 동시에 넣고 삶은 후, 간장 양념을 비벼 먹는 요리로 조리 과정이 꽤 간단하다. 채소는 냉장고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하면 되고. 마침 집에 얼린 시금치가 있어서 면과 같이 삶았다. 하지만 시금치에 흡수된 물을 짜지 않은 탓에 시금치에서 물이 빠져나와 국수의 간이 밋밋해졌다. 다음번에는 이 점을 유의해야겠다. 그리고 시원하게 즐기는 쌀국수 요리도 만들어 볼 계획이다. 떡갈비를 한입 크기로 자른 후, 분짜처럼 양념장에 찍어 먹는 요리도 좋고, 하노이에서 먹은 볶음면인 분보남보를 응용해 시원하게 비빔면으로 즐기는 요리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렇게 면요리를 하나둘씩 개발하고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가다 보면 덥기만 했던 여름을 맛있는 추억으로 채워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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