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 일기

즐거운 끝이란

존재하는가?

by 김알람

2023년 3월 21일


오늘은 퇴사일이다. 결전의 날이지만 특별히 다른 건 없었다. 어제 오늘은 생소한 업무였던 CS를 중점으로 진행했는데, 남들 다 아는 기술적인 수단을 퇴사일인 오늘에서야 발견한 점이 약간의 특별한 점이다. 뭔가 이상했을 때 바로 물어봤어야 했는데, 익숙지 않은 업무다 보니까 '이걸 질문해도 되는 건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질문을 하지 않았고, 결국 그 결정 탓에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오늘이 끝이라는 걸 나도 동료들도 알고 있었음에도 여느 날과 같은 하루가 이어졌다. 만들어진 분위기 속에서 나 역시 마치 내일도 출근하는 것처럼 태연함을 가장했다. 팀원들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더더욱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나의 퇴사와 회사의 기쁜 일을 모두 기념하기 위해 오랜만에 회식 자리가 있었다. 마치 내일도 볼 것처럼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오가던 찰나 팀의 리더이자 회사의 대표님 나에게 한 마디를 권했다. 그제야 내일이면 다시는 이 사람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실감 났더랬다.


퇴사.png 즐거운 끝이란 존재할까? painting made by 김알람 using midjourney


즐거운 퇴사란 존재할까? 나는 오랜 시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해왔고, 회사에 소속이 되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특히나 1년 넘게 한 회사에 일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프리랜서 시절에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떠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고, 대부분은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별은 쉽고 간단한 일이었다. 그때의 경험으로 쉽게 생각했던 이별이 이번에는 가슴에 얹힌 돌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소규모 조직의 특수성, 그래서 동료 이전에 친구처럼 일상과 업무를 함께했던 경험이 지금의 아쉬움과 슬픔의 원인일 것이다. 진짜로 애정이 있었다면, 그 끝에는 아쉬움과 슬픔이 함께할 것이다. 하지만 직장 동료로서의 끝이 모든 인간관계의 단절을 의미하진 않는다. 직장 동료로서는 끝일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만든 우정은 계속될 수 있음을 믿는다.


회사가, 프로젝트가, 나와 함께한 모든 사람들이 잘 되길 바란다. 내일은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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