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 일기

퇴사 후 하루 8시간

사람은 왜 선택하지 않은 것에 얽매이는 걸까

by 김알람

2023년 3월 29일


오늘도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뒤쳐졌던 진도를 점차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독서모임 때문에 도서관에 신청했던 도서가 입고되어 도서관에 방문했다. 홈페이지에서 봤을 땐 얇고 작아서 읽기 쉬워 보였는데, 책을 펼치는 순간 펼쳐진 글자의 향연에 황급히 책을 덮었다. 오늘은 강의만으로 머리가 아팠으니 이건 내일부터 읽기 시작해야겠다. 강의와 책, 그리고 블로그에 글 쓰기, 가끔의 운동. 퇴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하루하루가 재미없어지는 느낌이다.


회사를 다닐 때의 나는 거의 회사만 다녔다.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끽해야 책이나 읽었을까? 그것도 자기 계발이랍시고 매일 30분가량을 쪼개 책을 읽던 기억이 있다. 약간의 자괴감은 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왜냐면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money-6780010_1280.png 자기 계발은 안 하지만 돈은 벌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시간을 들여서 버는 돈. 내 시간을 사용해 생활비를 벌고 있는 행동 자체. 그런 경험만으로 회사생활은 의미가 있다. 물론 회사에서 일하며 얻는 스킬과 통찰력도 중요하다. 내 몸값을 높이게 되고, 나에게 직업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니까. 하지만 소위 말해 물경력이라도, 돈을 번다는 것만으로도 그 8시간은 최소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퇴사를 하자 고정적으로 사용하던 8시간이 붕 떠버렸다. 이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좋을까? 퇴사를 했으니 이제 시간을 사용해 벌던 돈은 사라졌다. 그러니 더 좋은 경험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해야 할 일들을 하루 속에 무작정 쑤셔 넣기 시작했다. 미리 말하자면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다.


오늘의 할 일.JPG 한 일은 많지만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하루를 이것저것으로 채우니 바쁘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면 24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일주일 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자 왠지 아무것도 안 한 기분이 들었다. 왤까?



지금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하루를 채우기 위해 시간을 쓰고 있는가?
그리고 내게 의미 있는 일은 뭘까?



무언가를 '하는' 일 보다 '무언가'를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어쩌면 나는 이제 급여를 받지 않는 나의 8시간을 생각해 필요 이상으로 조급했던 건지도 모른다. 회사 다닐 때는 여유로운 시간이 없다고 푸념했는데 시간이 생긴 지금은 회사를 다닐 때처럼 '바쁘게' 살지 못해 전전긍긍이나 해 대다니. 이게 뭔 바보 같은 일인가?


일 하지 않을 때에만 할 수 있는 일도 있는 법이다. 아직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재미있는 일들을 해보려고 노력해야겠다.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회사를 다닐 때의 나는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 보면 어떨까?





내게 익숙하지 않은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런 경험에 나를 던져 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기 싫은 일을 하는 한 가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