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매일 일기

삼십 대의 기초체력은 생존력

살고 싶다면 운동하자

by 김알람

2023년 4월 2일

오늘은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최근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게 된 취미는 있는지. 이 친구는 나와 완전히 다른 취미와 생활방식을 가졌지만 생각을 하는 메커니즘은 놀란만큼 비슷해서 대화를 하다 보면 항상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처음엔 A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대화주제가 Z가 되어버리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친구와 벌써 저녁이 되어버린 것도 모른 채 수다를 떠는데 문득 피로감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지겹도록 따라오는 만성피로가 또 말썽을 부린 것이다.


대한민국의 전 국민은 초등학생 때 찍먹해 보는 태권도를 제외하면 나는 운동과는 약간 내외하는 타입이었다. 그래도 20대 중반까지는 괜찮았다. 맨날맨날 놀고, 여행을 가서 싸구려 숙소에서 자도 다음 날이면 기운이 넘쳤다. 하지만 28살이 넘어가서부터였을까? 20대 때 멋 모르고 탕진한 체력은 미래에서 끌어온 것이었다는 양 기초체력이 내 통장 잔고처럼 훅훅 줄어들기 시작했다.


시작은 밤샘 불가 현상이었다. 옛날엔 밤을 새도 이삼일만 충분히 자면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한번 밤을 새면 일주일 내내 컨디션이 메롱 이었다. 다음은 허리. 학생 때도 사회인이 된 후에도 책상에 앉아있는 건 매한가지인데 허리가 파업을 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지끈거려 기왕이면 침대에 누워있기를 택하자 근육은 속도를 붙여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운동이라면 숨쉬기 운동만 하던 나인데. 독 데미지에 당한 것처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hp가 1씩 빠지는 생활이 계속되자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큰 맘을 먹고 (전) 회사 근처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고 매일매일 눈 뜨자마자 빚쟁이처럼 따라붙던 피로감도 점점 퇴치가 되는 듯했다.



습관이 도루묵이 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만든 시간의 1/4



약 6개월에 걸쳐 주 3회, 힘들 때는 주 2회 운동을 하는 버릇을 들였다. 처음엔 너무 운동하기 싫었지만 어시스트 풀업에 흥미를 붙이며 '나중에는 내 힘만으로 턱걸이 1회를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자 점차 운동이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내게 운동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안심해 버렸다. 최종보스를 물리치고 "해치운 건가?"란 플래그를 세워버린 만화 주인공처럼 나도 "안심"이란 플래그를 꽂아버린 것이다.


퇴사 3개월쯤 전. 헬스장 비용이 훌쩍 올랐다. '헬스장을 옮기는 김에 주말에도 운동하게 집 근처로 옮기자!'라고 생각하며 집 근처 헬스장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았고 이것저것 따지는 동안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운동을 쉬자 점점 운동을 하기가 싫어졌다. 조건을 따지다가 큰일이 나겠구나 싶어 부랴부랴 헬스장에 등록했지만 한 번 무너진 습관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도루묵인간.png 네, 제가 바로 도루묵 인간입니다. 이제는 헬스장에 주 1회 갑니다 created by 김알람 using midjourney


꾸준히 운동을 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는 6개월이 넘게 걸렸다. 그리고 그 습관은 한 달 반 만에 무너졌다. 그리고 운동을 하자 점차 사라졌던 만성 피로감이 기회를 틈타 다시 일상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오늘 친구와 이야기하며 지긋지긋한 피로감을 느낀 순간, 다시금 정신을 다잡을 때가 왔다는 생각을 했다.


20대의 운동은 취미일 수 있어도, 30대의 운동은 살기 위한 필수품이 아닐까. 골골대는 몸을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운동하자. 매일아침 눈 뜰 때부터 시작되는 -1hp의 독 대미지를 피하고 싶다면. 다가올 40대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오싹한 기분이 든다. 운동해야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꼿꼿한 허리로 걸어 다니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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