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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람 Apr 21. 2023

목표가 사라지니 바로 느슨해지는 일상

이번 일주일은 무엇을 했을까

2023년 4월 20일

인터넷 강의를 들었던 저번 주까지는 확실한 목표가 있어서인지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이 확실했다. 그리고 실제로 강의 수강 진행도가 눈으로 보이니 나도 완강을 하는 것에 더 집중했었다. 이번 주는 명확한 목표가 없어서였을까? 금요일을 눈앞에 둔 지금, 이번 주에 한 일들을 돌아보니 말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운동을 한 번 가고, 스테이블 디퓨전을 사용해 보고, 디스코드 커뮤니티 챌린지에 낼 그림을 생성하고. 일주일을 관통하는 목표 없이 시간을 보내니 하루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다.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관성이 있어서 한번 느슨해지면 다음 날과 그다음 날도 전날의 행동 패턴을 답습하기 쉽다. 패턴에 관성이 있다면 같은 힘이어야 공평한 것 같지만, 불량식품이 더 맛있는 것처럼 부지런한 일상의 관성보단 게으른 일상의 관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사실 오늘도 한 일이 별로 없어서 일기를 쓰기가 정말 싫었다. 그냥 잘까 생각했지만 결국 그렇게 일기 쓰기를 그만두는 것도 관성이 생길 것 같아 마음을 바꿔 노트북을 열었다. 왜 요즘 계속 일기를 쓰기 싫을까? 고민해 보니 이게 진짜 나의 사적인 노트에 쓰는 일기가 아니라 '일기'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타인에게 보이는 글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해 도달했다. 이 매거진을 읽는 사람들에게 매일매일 흥미롭고,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실제로 내가 그런 생활을 하지 않았으니까. 민망한 마음이 들어 일기 쓰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내가 일기를 계속 쓰는 이유도 동일하다. 나 혼자만 보는 사적인 일기를 썼으면 그만둬도 아무도 모를 텐데, '매일 일기'란 타이틀을 달고 매거진에 글을 발행하고 있으니 정말 쓰기 싫은 날에도 웬만하면 노트북을 열게 된다. 


예전에 읽었던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축음기, 영화, 타자기>란 책에 '부리분켄'이라는 개념이 짧게 등장한다. '부리분켄'은 자신의 일상을 모두 기록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것이다. 이들의 모임에서 일상의 기록은 아주 중요하다. 기록의 대상은 무엇이 돼도 상관없다. 오늘의 일상을 기록하기 싫다는 주제로 기록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기록을 멈춘다면, 그 사람은 이 거대한 제국에서 도태된다.


'부리분켄'의 멋진 점은 그들이 역사를 자신의 방식으로 '집필'한다는 점이다. 우리 개인은 역사에 의해서 쓰인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기록하는 사람만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역사를 집필하는 기회를 얻는다. "세계 역사가 우리에 대해 쓰는 동안, 우리가 세계 역사에 대해 쓰는 것" 그것은 자신에 대해서 쓰기를 멈추지 않는 자, '부리분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갑자기 '부리분켄'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내 일기를 읽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기 내용이 '일기 쓰기 싫다'에 치중되어 있어도 좀 봐달라는 말이다. 내일은 조금 더 나은 일상을 보내길. 그리고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일기 쓰기 싫다' 따위는 쓰일 자리가 없기를 바라본다. 그럼 이만.






만약 위에 언급된 '부리분켄'에 대해 내가 썼던 글이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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