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와 정원사

어떤 부모로 성장할 것인가?

by 온기

1000ml.

신생아와 영아기의 신장 부담과 비만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가이드다.

요즘의 아기는 이 1000ml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었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떤 날은 980ml만 먹어서 안심하게 만들다가도,

어느 날은 1200l를 먹고는 과한 건 아닐지 괜히 마음을 졸이게 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자문을 구한 끝에,

아기의 새벽수유를 끊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불편해졌다.

언제는 제발 새벽수유만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빌었으면서

막상 이제 와서 새벽수유를 끊으려 하니

아기가 자연스럽게 끊는 게 아니라

나의 계획 아래에서 끊게 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묘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아기의 발달은 거의 전적으로

아기의 리듬에 맡겨져 있었다.

사실 발달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4개월이 되었지만 아직 뒤집기도 못했고,

새벽수유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수유량도, 수유텀도

모두 아기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변해왔다.

그래서 내가 의도적으로 새벽수유를 끊는다는게

유난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우연히

<목수와 정원사, 당신은 어떤 부모인가?>라는

영샹을 보게 됐다.

영사엥서는 부모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목수 부모는 아이가 부모가 계획한 틀 안에서

정해진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고,

정원사 부모는 부모가 안전한 환경을 마련해주면

아이는 그 안에서 스스로 탐색하며 자란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했다.

영상을 보며 나는 자연스럽게

'나는 정원사 부모구나'라고 생각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목수 부모'는 요즘 유난스러운 부모들 이야기라고

속으로 치부했는지도 모른다.


아기의 새벽수유를 끊는 첫 날.


아기가 원하는 저녁 8시에

원하던 만큼, 240ml 중 200ml를 먹이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밤, 아기는 이전처럼 새벽에 분유를 먹지 않았다.

대신 내가 세운 계획에 따라

쪽쪽이를 물고 아침 8시까지 잠들어 있었다.


아침이 밝고 아기가 눈을 뜨자

나는 서둘러 분유를 타서 건넸다.

거의 12시간을 굶었으니 240ml를 허겁지겁 먹을 거라는 게 나의 예상이었다.


그런데 아기는 200ml 정도를 먹고는 배가 차서 방긋방긋 웃었다.

새벽수유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아기가 내가 생각한 것만큼

배고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동시에 다가왔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기의 한계도 정확히 모르면서

아기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동시에

아기의 성장에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에

묘한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


아직 내가 어떤 부모로 성장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아기가 이제 겨우 4개월이듯,

나 역시 부모로서는 4개월 차 이니까.


다만 지금의 나는 아기를 유심히 관찰하고,

아기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조금 더 안전하게, 조금 더 편안하게 도와주는 쪽으로 걷고 싶다.

목수와 정원사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오늘도 부모로 자라고 있다.

일요일 연재